집을 경매로 처분해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자가 19만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깡통주택을 가진 하우스푸어가 집을 팔아도 못 갚는 대출금도 13조원이라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처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깡통주택은 숫자로는 전체 대출자의 3.8%, 금액으로는 3.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규모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문제다. 빚잔치를 해도 빚을 다 못 갚는 셈이니 돈을 빌려 집을 산 하우스푸어나,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서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직접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라고 본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이 세 군데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경우는 23만명, 문턱이 높은 은행은 전혀 이용하지 못한 채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7만명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한 달 이상 이자를 못 낸 사람은 4만명, 담보가치보다 80% 넘게 돈을 빌린 사람도 4만명에 이른다. 이들 취약계층의 열악한 재정상태는 언제든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모든 게 집값이 너무 내려가다보니 생긴 일이지만 그동안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선거 공약으로 하우스푸어 지분매각제도를 내세웠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의 빚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하우스푸어가 집의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는 내용의 신탁 후 재임대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신청자가 전혀 없어 흐지부지 끝났다. 새로운 깡통주택, 하우스푸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만큼 채권자인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손실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었을 당시 빌려가는 사람의 신용도와 재정상태를 감안해서 빌려주었어야 했다.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금융사와 채무자인 집주인이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손실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깡통주택도 문제지만 어떻게 보면 깡통세입자가 더 큰일이다.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조차 되돌려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피해자다. 도덕적 해이 없이 당사자 간 양보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