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덕궁 인근 공원 등에서 노인들을 유인해 윷놀이 도박판을 벌인 이른바 ‘종묘 윷놀이 도박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9일 도박장 개설을 주도한 김모씨(61)를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일당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서울 종로구 창덕궁 옆 소공원에서 노인 20~30명을 상대로 윷놀이 도박장을 여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월평균 40차례에 걸쳐 노인 대상 도박장을 개장해 윷제공, 망봐주기 대가로 판돈 10%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들을 모은 후 단속을 피해 공원내 한적한 곳 또는 창덕궁 소공원, 세운상가 인근 골목길 등 10여곳을 돌며 도박장을 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망을 보는 ‘망잡이’를 3~4명 세웠고 노인들에게 ‘단속되면 무조건 구경하다 잡혔다고 해라’고 지시해 경찰 업무에 차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등은 지난달 30일 창덕궁 소공원에 도박장이 개설된 것을 확인한 경찰이 강력팀과 타격대 등을 동원해 공원 일대를 포위하면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달아난 일당 1명을 추적하는 한편 상습적으로 윷놀이 도박을 한 노인 16명을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매회 1만~10만원씩 판돈을 걸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계속 도박을 했다”면서 “도박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덕궁 등의 인상이 많이 훼손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