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국가정보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 수사가 18대 대선 마지막을 크게 흔들고 있다. 경찰이 ‘불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석연찮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야가 더욱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당장은 어느 쪽으로 순풍과 역풍이 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사건이 부동층과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여야의 격한 공방전은 공식 선거운동 종료 때(18일 자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전날 발표한 수사 결과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엇갈린 파장을 부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먼저 제기한 의혹임을 감안하면 ‘증거 미발견’이란 내용 자체는 주도권을 여당으로 넘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공수의 입장이 뒤바뀐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이 17일 일제히 “무고한 여성과 국가기관까지 끌어들여 대선판을 흔들겠다는 문재인 캠프의 기획된 의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심재철 최고위원) 등 ‘문재인 캠프의 실패한 선거공작’이라고 공세에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민주당=네거티브당’이란 프레임을 강화해 막판 승기를 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기류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밤 11시에 전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형식은 여권에 역풍이 되고 있다. 40여개의 미확인 ID 등에 대해 충분히 수사하지도 않은 채 발표한 것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심각한 부실 수사, 관권선거’라고 반발하는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국정원 불법 선거가 사실이냐 여부보다 경찰의 의도에 더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가기관을 정치에 개입시키고 이틀 남은 대선에 국민선택조차 호도하려는 마지막 단말마”(김부겸 선대본부장),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네거티브”(홍익표 의원)란 역공으로 ‘박근혜·이명박 정부 한몸’론을 강화하는 것으로 막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관건은 중도층이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다.
기존 정치를 불신해온 중도층은 네거티브 공방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네거티브 공방의 잘잘못보다는 공방 자체를 싸잡아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란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말대로 될 수 있다.
특히 이 층이 ‘새 정치’를 표방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감안하면 이들 투표율이 변수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에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기존 지지를 잃는다기보단 부동층을 견인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 1997년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 월북, 2007년 BBK 동영상 등 대선 막판 대형 네거티브 공방 사건들이 결과를 뒤바꿀 만큼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동층이라고 하지만 결정을 안 한 사람은 3~5% 정도다. 크게 영향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말처럼 이미 결집할 만큼 결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