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린 한표, ‘역사’가 됐다

김광호 기자

사람들은 한 표를 위해 ‘피’를 흘렸고, 그 한 표들이 모여 ‘역사’가 됐다.

미국 흑인들은 남북전쟁에서 피를 흘리고 난 후인 1870년에야 투표권이 주어졌다. 그나마 남부 일부에선 백인 의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면서 흑인 참정권은 100년 가까이 지난 1965년 앨라배마주에서 흑인 투표권을 주장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하는 ‘피의 일요일’을 겪고서야 온전히 확립됐다. 영국 노동자들은 1815년 노동계급의 저항 상징인 ‘피털루 학살’을 겪은 뒤 “평등한 대표권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피 흘리는 투쟁을 60년 넘게 이어갔다. 그 대가로 얻은 1·2·3차에 걸친 선거법 개혁을 통해 보통선거권을 쟁취해 갔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19일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된 것도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박정희 유신독재 체제와 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는 15년 동안 민주화 희생자들이 흘린 가슴 아픈 피의 대가다.

특히 여성 참정권 역사는 겨우 100여년에 불과하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당시 공포된 ‘인간의 권리선언’에서도 남성들과 함께 바리케이드에서 싸운 여성들의 참정권은 배제됐다. 프랑스 여성들은 150여년이 지난 1945년에야 참정권을 얻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처음 불붙기 시작한 1848년 뉴욕의 여성권리대회 이후 한 표를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투옥됐다. 가장 먼저 여성 투표권을 부여한 국가는 1893년 뉴질랜드이고,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에야 이뤄졌다. 스위스는 1971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이처럼 역사에서 한 표는 ‘피’다. 육신이 피를 흘려 얻은 그것(투표)으로 무수한 영혼들의 꽃을 키워 역사를 바꿔나갔다. 1776년 미국의 공용어는 영어와 독어 중 단 한 표 차로 영어가 선택됐고, 21세기 대한민국은 영어 콤플렉스 속에 있다. 학살자 아돌프 히틀러는 1923년 단 한 표 차이로 나치당 당수로 당선돼 역사상 최악의 독재와 전쟁의 길을 열었다. 영국 청교도혁명 후 올리버 크롬웰에게 영국 의회는 1645년 단 한 표 차이로 철권통치의 시작이 된 통치권을 안긴다. 1875년 프랑스는 한 표 차이로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다시 열었다.

미국 독립전쟁 영웅이자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용기 있는 한 사람이 (결국) 다수(majority)를 만든다”고 말했다. 마지막 숨가쁜 박빙 접전을 벌이는 18대 대선, 당신의 한 표는 ‘결정적 한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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