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원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론이 정권교체 여론을 눌렀다. 이명박 정부 실정에 대한 분노의 크기보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북한 로켓 발사 성공, 일본 우익 정권 출범 등 심상찮은 동북아 정세를 향한 우려가 컸던 것이다. 전례없는 세대전쟁에서도 박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50대 이상의 절박감이 더 높았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민생 중심의 새 정치를 요청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당선자로선 선거 과정에서 화두가 된 국민 대통합과 화합 정치 등 새로운 리더십이 숙제로 남은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높은 투표율에 야 패배
2030세대는 줄어들고
5060세대는 늘어난 탓
■ 중도층의 선택
정부·여당의 승리가 아닌 ‘박근혜의 승리’라고 평가될 만했다. 정권교체 여론은 60% 가까이 됐지만, 대선 결과는 반대였다. 결국 상대적으로 정권심판 욕구가 덜한 중도층이 박 당선자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가 되어도 경제는 어렵다. 안정감 있는 사람이 좋다”(50대 택시기사)는 여론이 단적이다.
15년 동안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되고, 2004년 17대 총선과 올 4·11 총선 등 위기에서 빛을 발한 박 당선자의 ‘위기돌파 리더십’을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 점에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론으로 위기극복 리더십을 부각하고, “유권자들은 박근혜 당선도 정권교체로 생각한다”(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박 당선자 자체가 정권심판의 경계를 흐리게 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경제민주화 등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두는 부분에서 점수를 딴 측면이 있다”며 “국정 담당 세력으로서 안정감 측면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례없이 결집한 보수도 주요 승인이다. 새누리당 영남지역 한 의원은 “진보가 결집하면서 보수가 엄청나게 위기감을 느끼고 결집했다”면서 “현장에서 봤다. 6·25 이후 진보·보수가 이렇게 싸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초 ‘80·80(80% 투표와 80% 득표)’이 목표라던 대구·경북 표심이 실제 80% 득표를 넘었고, 충청·강원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득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 투표율에 비해 서울 지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서울 투표율이 2002년 16대 대선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진보·야권이 결집하지 않았다기보단 보수 결집도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50대 이상 인구 구성비가 2002년에 비해 10% 이상 느는 등 고령화 추세로 보수의 벽을 두껍게 했다.
‘야권의 실패’란 의미도 엿보인다. 윤평중 교수는 “정권을 바꾸자고 한 민심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것인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런 민심에 부응하기에는 약한 후보였다”고 진단했다.

■ 국민 대통합의 과제
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내내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상징적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 등 호남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지지도 끌어냈다. 자신을 동서 화합의 적임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새 정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경제민주화론 등 탈보수화를 통한 ‘보수 갱신’ 없이는 여권 진영 승리도, 향후 미래도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국가 발전, 정치문화 변화, 여권의 미래 등을 위해 통합과 정치개혁은 필수적인 셈이다. 이는 박 당선자의 시대 과제이기도 하다. 박 당선자에게 반대편에 선 국민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양자대결 결과로 박 당선자는 41년 만에 과반 득표를 기록했지만, 75.8%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 중 박 당선자 지지는 40% 정도다.
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 인사와 정책 기조 등이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처럼 공약과 다른 기조로 갈 경우 박 당선자를 선택한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설 수 있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한 의원은 “다음 대통령은 상대방이 50%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 것이다. 그래야 나라가 시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호·송윤경 기자 lubof@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