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대첩’ 용두사미로… 남자 7명에 여자 3명 “말 걸기도 힘들어”

박순봉 기자

성비 안 맞고 행사 진행 미숙

참가자들 뒤엉켜 사고날 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3시. 1000여명의 젊은 남녀들이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 중앙에 모였다. 흰색 장갑이나 목도리 혹은 외투를 입은 남성들과 빨간색으로 차려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청춘 남녀들의 자유로운 짝짓기 행사인 ‘솔로대첩’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여의도공원에는 솔로대첩 참가자들 외에도 이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과 취재진 등 2500여명이 모여들었다.

솔로대첩은 누리꾼 유태형씨(24)가 “솔로 형 누나 동생 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 번 할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일부 연예인들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솔로대첩은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등 전국 14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여의도공원 측은 안전대책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도시공원법 위반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성추행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도망가려는 참가자가 있다” “참가했다가 성추행 당하면 자기만 손해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주최 측은 자체경비단 100여명을 운영했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찰 병력 230여명을 투입했다.

<b>여의도광장 가득 메운 남성 솔로들</b>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청춘 남녀들의 자유로운 짝짓기 행사인 ‘솔로대첩’이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여성 참가자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남자 참가자들만 가득해 사실상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여의도광장 가득 메운 남성 솔로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청춘 남녀들의 자유로운 짝짓기 행사인 ‘솔로대첩’이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여성 참가자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남자 참가자들만 가득해 사실상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날 여의도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참가 이유는 다양했다. ‘오빠 한 번 믿어봐’라고 쓰인 담요를 덮고 있던 김수호군(17)은 “만나면 만나고 못 만나면 못 만나는 거지만 그래도 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최녹영씨(24·여)는 “처음 들었을 때 정말 획기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전 국민이 모이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찾았다”고 말했다. 빨간 패딩 점퍼를 맞춰 입은 윤창현(29)·정신애(25)씨 커플은 “구경 삼아 왔다”며 “약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진짜 이렇게 솔로들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주최 측은 여의도공원을 반으로 갈라 남녀를 나누었다. 하지만 남녀 성비가 7 대 3(경찰 추산)으로 균형이 맞지 않았다. 주최 측의 계획대로라면 오후 3시24분에는 모두가 ‘플래시몹 지령문’에 따라 미리 맞춰둔 자신의 휴대폰 알람 음악에 따라 춤을 추고 행사가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돼도 알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춤추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2배 이상 많은 남성 참가자들은 여성들이 있는 방향으로 몰려왔다. 겁에 질린 일부 여성들은 뛰어서 도망갔으며 대부분의 여성들은 뒷걸음질을 했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도 연예인 등을 보기 위해 공원 중심부로 나왔다. 공원이 사람들로 가득 차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어지자 불만의 목소리도 많았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 대전, 충남 등 5곳은 행사가 취소됐다. 대구에서는 1000명이 참가했지만 남성이 900명이나 돼 짝을 찾을 기회조차 못 얻은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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