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많으면 집단 투입, 없으면 집단 휴업… 우린 ‘물량팀’으로 불려”
암울한 노동상황을 개탄하며 투신자살한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조직부장 이모씨(42)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가 24일 오후 6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울산본부·금속노조·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원 등 250여명의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채 만장기를 들고 “비정규직 철폐, 노조활동 보장”을 외쳤다. 고인의 한 친구가 추모시를 낭독하는 동안 추모집회장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갑작스러운 이씨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철폐만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은 “조선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익’이란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 중에서도 이른바 ‘물량팀’ 직원들은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용직처럼 작업물량에 따라 신분이 왔다갔다 하는 물량팀원들은 작업 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 혜택을 못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숨진 이씨의 동료들은 “사내하청 직원 중에서도 정규직을 ‘본공’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학자금이나 상여금을 받아 물량팀과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해고자인 김대환씨는 “2002년 이후 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의 노동운동 노선이 크게 바뀌면서 비정규직들을 지원할 세력이 줄었고, 이 때문에 사내하청노조가 2003년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의 권익을 보호할 기구는 여전히 열악하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2만~2만5000명으로 정규직(1만7000여명)보다 훨씬 많지만, 비정규직 노조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하 지회장은 “노조를 꾸려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밖에 있는 노조사무실 임대료와 간행물 발행, 차량유지 등에 쓰이는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매년 600만~700만원의 빚을 진다”고 말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장례절차 등을 노동단체로 구성된 장례대책위원회에 일임했다. 장례대책위는 26일 울산노동자장으로 이씨의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