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 끼친 일 있었다면 용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5·사진)이 25일 이사장직을 전격 사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날 단행된 그의 사퇴를 계기로 정수장학회 원 소유주였던 고 김지태씨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 이사장은 이날 오후 부산일보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팩스 전송문을 언론사에 보내 “이제 저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자로 그동안 봉직해왔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면서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야당은 부산일보·MBC 지분과 경향신문 부지 일부를 보유한 정수장학회를 향해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설립한 ‘장물’이며 박 대통령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MBC 간부들과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대화 내용이 보도되면서 야권과 시민단체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최 이사장은 이 글에서 “정수장학회는 50여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엄연한 공익재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혹시라도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면 모두 용서하시고 이해해달라”면서 “앞으로도 정수장학회가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이뤄주는 본연의 임무를 이어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정수장학회가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장학재단으로 계속 운영되길 희망한 것이다.
외교관 출신인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대통령 의전비서관·공보비서관을 거쳐 2005년부터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아왔다.
고 김지태씨의 아들 김영철씨는 “장학회 관리인 최필립씨가 물러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이사들도 물러나고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