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편의점 불공정 실태 조사

박병률 기자

“손해봐도 중도 폐점 못해” 가맹점 점주들 잇단 호소

ㄱ씨 부부는 지난해 8월 편의점을 열었다. 당시 편의점 본사 직원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 매출 140만원이 가능할 정도로 자리가 좋고, 본사에서 권리금과 마진율을 추가로 지원해 준다”고 말했고, ㄱ씨는 그대로 믿었다. 막상 편의점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하루 매출은 50만~60만원에 그쳤고, 아르바이트생 급료와 관리비, 이자 등을 주고 나면 매달 70만원 적자였다. ㄱ씨는 “중도해지하면 위약금에 선지원금, 인테리어 잔존가격 등을 모두 물린다고 해 폐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10일 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편의점 업계 전반의 불공정거래 행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공정위에 보내 이면계약서 작성 등 편의점 프랜차이즈 계약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가 요구한 조사대상은 편의점 가맹본부가 점주를 대상으로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불공정 약관(점주 가족의 경쟁업종 진출 금지, 계약 종료 후 다른 편의점 운영 금지 등)을 맺은 것은 없는지 등이다. 공정위는 또 폐점 시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편의점 본사가 점주에게 불리한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행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가맹점 계약서는 분량이 40쪽에 이르는데다 새로 편의점을 여는 점주가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사가 이런 ‘꼼수’를 쓰는 것은 달콤한 조건을 내걸어 편의점을 열도록 한 뒤 장사가 잘 안되면 일방적으로 점주에게만 부담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매출이 부진할 때 가맹점 부담금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임대료·인건비·냉난방비 등의 비용을 본사와 가맹점이 어떻게 분담하는지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편의점 점주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에는 본사의 횡포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점주는 “5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다 임대건물 계약기간이 만료돼 해지하려 했으나 본사로부터 두 달 안에 서면통보를 안해 ‘자동연장’됐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며 “담당자와 구두로 두 달 전부터 얘기했지만 그쪽에서 폐점 일정을 계속 미뤄 서면통보하지 않았던 것인데 황당하다”고 밝혔다. 다른 점주는 “5년 계약을 했지만 건물이 재건축돼 2년 만에 편의점을 폐점하려 하니 폐점 비용만 6000만원이 나왔다.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신용보증기금 자료를 보면 전국 편의점 중 휴·폐업하거나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 편의점 비율은 2010년 말 4.6%에서 지난해 8월 말 9.5%로 급증했다. 반면 BGF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한국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본사의 순이익은 2006년 699억원에서 지난해 2552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편의점 본사의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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