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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위험은 국경·인종·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독일 사회학자 벡 1986년 출간 ‘위험사회’… 현 한국서 자주 인용

독일 출신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는 1986년 독일에서 발간됐고, 한국에는 1997년 번역돼 나왔다. 당시엔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프랑스 지식인들이 주도한 ‘포스트’ 담론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지식 사회에서도 인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벡이 <위험사회>를 처음 출간한 해의 봄, 구소련에서는 미증유의 사고가 일어났다. 바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다. 국경을 넘은 방사성물질의 공포는 계급, 인종을 가리지 않았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말은 ‘위험사회’(Risky society)에 대한 벡의 인식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벡에게 위험이란 이렇게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이다. 이러한 위기가 근대화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 때문에 초래됐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원전만 해도 저개발국가가 아니라 선진국에 위치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산업사회의 위험은 국경·인종·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도, 예측되지도 않는다. 일본은 지진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대비를 해왔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것은 언론이 흔히 지적하듯 ‘인재’가 아니다. 오히려 “산업시대에 확립된 규범과 객관적 제약의 체계” 자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벡은 ‘역사의 종언’이란 “정신나간 농담”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더니티의 종언이 아니라 ‘성찰적 근대화’와 그에 기반한 새로운 민주주의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기술관료의 합리성에 대한 맹신, 전문가의 독점을 넘어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독일에서 유력 정치세력으로 떠오른 녹색당, 해적당은 그 사례다.

<위험사회>의 한국어 번역본을 낸 새물결출판사의 홍미옥 대표는 이 책이 “출간 이후 10년 정도가 지나면서 더욱 자주 인용되고 있다”며 “울리히 벡은 앤서니 기든스, 지그문트 바우만 등과 함께 근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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