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로 계산… 한 점포선 연리 458%나 돼 사채보다 비싸
“그날 번 돈을 모두 보내야 하고, 보내지 못하면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 이야기가 아니다.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편의점 점주는 날마다 발생한 현금 매출을 본사에 보내야 한다. 이를 ‘일매출 송금제’라 하는데, 현금 매출액만큼 돈을 보내지 못하면 점주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미송금액 위약금 계산은 편의점 본사마다 다르고 계산법이 복잡해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한 편의점 본사의 예를 보면 점주가 일평균 미송금액이 10만원이고 2일을 미송금하였다고 가정했을 때 첫날에는 위약금 1만원 정도를 부과한다. 하지만 연이어 미송금액이 발생한 둘째날에는 2만원 정도, 3일 연속 미송금일 때는 3만원 정도의 위약금을 부과해 점주는 총 6만여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위약금이 미송금한 날이 늘어날수록 일종의 복리형태로 불어나는 체계여서 연이율로 치면 수백%까지 이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점주들 사이에서는 일매출 송금액은 ‘일수’, 위약금은 ‘사채이자’로 불린다. 위약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점주들은 다른 곳에서 빚을 져 송금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현금이 없는 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기도 쉽지 않다. 사채를 써 큰 빚을 지게 되는 일도 많다.
6년 전쯤 서울의 한 번화가에 편의점을 개업한 ㄱ씨는 처음에는 월 2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냈다. 월세가 600만원이나 됐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하루 매출이 180만원 정도 됐다. 월세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도 생활이 가능했다. 큰 수입은 아니었지만 ㄱ씨는 만족했다.
ㄱ씨가 회사에 ‘빚’을 지기 시작한 것은 개업한 지 2년 후부터다. 당시 아르바이트생이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 것이 적발돼 편의점은 두달간 술과 담배를 팔 수 없게 됐다. 담배를 팔지 못하자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편의점에서 담배 매출은 절대적이다. 손님들이 담배를 사면서 음료수, 군것질거리 등도 함께 사기 때문이다. 180만~200만원 정도였던 ㄱ씨 점포의 일매출은 9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ㄱ씨는 그달에 일매출 송금액 100만원을 본사로 보내지 못했다.
술·담배 판매금지가 풀린 뒤에도 매출 부진이 계속됐고 ㄱ씨의 미송금액도 점차 늘어 그해 말에는 500만원 정도가 됐다. 점주들은 매달 말 본사로부터 그동안 보냈던 일매출 송금액 중 자신들의 몫에 대한 정산금을 받는다. 점주들은 이를 월세나 인건비 등에 보탠다. 그러나 본사는 정산금을 줄 때 미송금액과 위약금 등을 제한다. 미송금액과 위약금이 늘어난 ㄱ씨는 본사로부터 받는 정산금이 줄어들면서 빚을 지기 시작했다. 이후 5년 계약이 만료된 ㄱ씨에게는 수천만원의 빚과 4500만원의 미송금액이 남았다.
본사는 ㄱ씨에게 “미송금액 중 일부는 변제해주고 3000만원은 계약기간 동안 할부로 갚도록 해주겠다”며 2년 재계약을 제안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ㄱ씨는 재계약을 했다. 그럼에도 7년간의 편의점 운영을 모두 끝냈을 때 빚을 내 미송금액을 모두 갚은 그에게 1억원의 빚이 남았다.
ㄱ씨는 “7년간 위약금으로만 본사에 4500만원을 냈다”며 “본사 직원들도 찾아와 사채보다 더 비싸니 어서 갚으라고 했던 말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철호 해냄 프랜차이즈전문법률원 가맹거래사는 “상담을 했던 서울의 한 편의점은 월평균 미송금액이 320만원이었고, 월평균 위약금이 120여만원이었다”며 “이를 연이자로 계산해보니 458%나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송금액에는 향후 점주에게 돌아올 정산금도 일부 포함돼 있는데 편의점 본사가 대부업체 이자율보다도 높은 위약금을 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