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MB 교육 정책의 그늘
일반고의 위기를 확대시킨 발원점으로 교육계에선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프로젝트’가 지목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고교들이 대입 성적을 기준으로 촘촘히 서열화되면서 평준화를 축으로 한 고교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고교다양화 정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든 적성에 따라 골라서 갈 수 있는 고교를 300개 만들겠다”며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자율형사립고 100개, 기숙형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를 내세웠다. 사교육이 필요없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고, 일반고의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학부모가 지불하는 자사고의 교육재정 절감분을 낙후지역과 저소득층 학생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달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5월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2013학년도 특목·자율고 및 일반고 선택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계단까지 메우고 앉아 설명을 듣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교다양화의 핵심인 자율형사립고 정책은 자율형공립고까지 추가해 자율고 정책으로 확대됐다. 3일 현재 기숙형고 138개, 마이스터고 28개, 자사고 49개, 자공고 116개가 운영 중이다. 과학고(21개)와 외국어고(31개) 등 특목고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무기로, 국·영·수 중심의 편법운영을 하며 ‘공부를 열심히 시켜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학교’로 바뀌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로 빠지고, 중학교 내신 50% 이내 학생들은 자율고를 선택하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까지 일반고보다 먼저 선발과정을 거치고 있다. 일반고는 나머지 학생들과 성적 상위층 중에 주로 내신을 겨냥하는 일부 학생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입학생의 성적이 처지고 입학 후의 교육환경도 나빠지며 입시 성적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전엔 없던 고교들이 생기고 유형별로 서열화되면서 사실상 고교 입시가 부활했다. 그 결과 사교육은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내려갔다. 예전에도 특목고 대비 선행학습이 있었지만 일부의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면, 특목고가 확대되고 자율고가 대거 등장한 이명박 정부에서 사교육과 선행학습은 일상적 상황이 됐다.
워낙 ‘특별한’ 학교가 늘어나면서 특별하지 않은, 일반고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일반고는 “강남권의 일부 입시 명문고나 자사고의 부적응 학생을 처리하는 폭탄돌리기의 마지막 현장”(ㄱ고 교사)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마저 들릴 정도다.
위기 속에서 몇몇 이름을 내며 견디는 일반고들이 있다. 대부분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입시 위주의 편법·반칙운영으로 입시 명문학교의 명성을 유지하는, 자사고와 ‘닮은꼴’ 학교들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을 하나의 생태계라고 볼 때 저변을 형성하는 공교육의 기반을 살려놓고 상향시켜가는 상태에서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그 기반 자체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한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자사고를 만들어 고교를 서열화하고 교육을 사설화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체제에 수익자 부담이라는 사교육 원리를 들여오면서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받고 있던 평준화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일반고를 다 죽여놓고, 죽어간다고 하니까 뒤늦게 미봉책을 내놨다”며 “땜질식 일반고 대책이 아니라 고교 체제 개편으로 교란된 교육 생태계를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