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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엔 할 일 없어 늘 잠자고… ‘야자’ 뒤 귀가, 새벽까지 놀아요”

입력 2013.04.03 22:10

수정 2013.04.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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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일반고의 현실

교사들도 “수업 때 ‘참을 인’자 새겨… 도 닦는 심정”

“몇 명이나 자는지 잘 몰라요. 저는 늘 잠만 자기 때문에 누가 자는지 누가 공부하는지 알지 못해요.”

3일 오전 7시40분 대전의 한 일반고 등굣길에 만난 3학년 ㄱ양에게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많으냐’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ㄱ양은 낮과 밤이 바뀐 지 오래다. 그는 “수업시간에 마땅히 할 일도 없다”며 늘 잠을 자둔다고 했다. 그의 진짜 일과는 오후 11시30분쯤 시작된다. 학교에서 ‘반강제’로 시키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오면 바로 스마트폰을 든다. 조금 전에 학교에서 헤어졌는데도 왜 그렇게 그리워지는지, 학교 친구들과 카톡을 통해 낮에는 잠자느라고 못 나눈 대화를 이어가면서 낮 같은 밤을 보낸다. 공부 때문에, 잠자기 위해 친구들이 하나둘 카톡을 끊으면 그때부터 ㄱ양은 혼자서 논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새로운 연예 정보를 입수하기도 하고 음악도 듣다보면 새벽 3~4시가 된다. 두세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나 통학용 승합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그는 다시 책상을 침대 삼아 잠에 빠져든다.

ㄱ양은 “과목에 따라, 선생님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경우 절반, 적은 경우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는 잠을 자는 것 같다”며 “밤에는 놀고 수업시간에는 자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는 애들은 대부분 꿈과 희망을 잃은 애들”이라며 “우리 같은 변두리 학교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자를 많이 내는 도심지 명문고나 특목고 애들의 들러리일 뿐이라는 생각, 평생 ‘찌질이’ 인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 변두리의 또 다른 일반고가 학생들에게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 방과 후 학교에 남는 학생 수는 학급당 10~20명에 불과했다.

이 학교 교사 ㄴ씨는 “일반고 학생 가운데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하지 않는 학생은 예체능계 진학 준비생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부를 포기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런 학생이 학급당 20~3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수업이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결국 이 학교는 올해부터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반강제’로 시키고 있다.

ㄴ씨는 “자사고나 특목고 수가 많지 않은 대전은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도심지역 일반고와 성적이 신통치 않은 변두리 지역 일반고 사이의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변두리 학교의 경우 수능을 통한 정시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은 수시전형을 노리는 것이 특징”이라며 “내신성적을 바탕으로 수시전형에 도전하는 변두리의 일반고 학생들은 대부분 고만고만한 학생들끼리 펼치는 교내 경쟁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청주·광주 등 다른 지역의 일반고 교사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생의 학력수준이 떨어지고,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대구지역 교사들은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우수 자원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일반고는 교과 및 생활지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대구지역 중학교 졸업생 중에서 영재학교·과학고·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등으로 진학한 학생이 1340여명에 이른다. 한 교사는 “2011년부터 대구에서도 자사고 4곳에서 매년 1100여명씩 신입생을 뽑아가면서 일반계고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의 일반고 최모 교사(47)는 “개학 후에 열린 교직원 회의에서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부모에게 보내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교실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20여년째 대구지역 일반고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씨(51)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가슴속에 몇 차례나 ‘참을 인(忍)’자를 새긴다”면서 “도를 닦는 심정으로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하루에도 몇 차례 교직생활에 회의를 느껴 명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북구의 일반고 2학년 정모군(17)은 “수업시간과 휴식시간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면서 “공부하려는 학생이 되레 주위로부터 눈총을 받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광주지역 일반고 학생 박모군은 “지금은 선생님이 자리를 배정해 줘서 그나마 나은데 작년에는 교실 뒷자리가 모두 잠자는 자리였다”면서 “어떤 애는 병원에 갔다 온다며 외출증을 끊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일반고의 모습에 학부모는 물론 일선 학교 교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역 일반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조모씨(48)는 “아이가 교실이 소란스러워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대학진학 교육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 일반고의 한 교감은 “자사고와 특목고 등이 늘어나면서 일반고의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일반고로 몰리면서 일반고의 교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기정배 정책실장은 “변두리 지역 일반고는 이른바 ‘결손가정’ 출신이 전체 학생의 30%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 예산이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 공부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투입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며 “학교 서열화를 가속화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공교육의 근본을 다시 세우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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