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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자공고 등 고교 서열화 시스템 깨뜨려야

입력 2013.04.04 22:32

수정 2013.04.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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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반고 살리기’ 해법

일반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근본원인인 고교서열화를 깨뜨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기숙형 고교 등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문제가 응축된 것으로 지목되는 자사고와 자공고는 5년마다 재지정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2010년 1차 지정된 자사고와 자공고는 내년 3월 말까지 신입생 선발 방법이 나와야 한다. 재지정 시기에 맞춰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곳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평가가 엄격히 이뤄지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평가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제대로 평가가 이뤄질지 의혹의 시선도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까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학교 만들기 청소년모임’에 참여한 전국 초·중·고 학생들과 대학생 멘토,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 앞에서 ‘우리가 원하는 좋은 학교’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좋은 학교 만들기 청소년모임’에 참여한 전국 초·중·고 학생들과 대학생 멘토,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 앞에서 ‘우리가 원하는 좋은 학교’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자사고 폐지는 우리 사회에서 고교서열화를 끊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줄세우기 교육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라는 의미에서도 자사고 폐지가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자사고 전환 이후 ‘학교가 이미 학교가 아니다’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대학 진학률과 신입생 모집 경쟁률에 혈안이 돼 학교가 입시학원처럼 돌아가고, 신입생 모집 때는 중학교 교사들에게 판촉사원처럼 선전해야 하는 상황이라, 많은 교사들이 다시 일반고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고교서열화 체제는 박근혜 정부가 앞세우는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에도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는 “교육정책을 논의할 때 당혹스러운 점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은 채 나타난 문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는 주문을 받을 때”라며 “현재의 수직적 체제에서 일반계 고교를 살리는 방안으론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자공고 교장은 “정부가 일반고 중 열악한 곳을 자공고로 지정해 1년에 2억원씩 집중지원했지만 성적이 매우 우수한 학생들을 자사고와 특목고가 다 빼간 상황에서 한계가 컸다”며 “고교체제 개편 없인 아무리 일반고를 살리려고 노력해봐도 허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업 개혁·전문교사 육성…학교도 혁신 노력을

학교의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변화의 동력이 무엇보다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이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는 “학생을 수업과 학교생활에서 참여의 주체로 만들고, 교사의 의욕이 충만해지면서 권위도 살아나는 혁신학교의 모토를 통해 일반고가 회복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교육철학을 갖춘 교원 등의 전문적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서열화를 깨뜨리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과정이 중요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다니고 싶도록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력수업과 같은 수업 개혁, 전문적 교사공동체 강화, 교사-학생-학부모의 3자 협약에 의한 학교규칙 선포 등도 고려해볼 방법으로 제시했다.

[흔들리는 교실]자사고·자공고 등 고교 서열화 시스템 깨뜨려야

서울의 한 공립고 교사는 “최근 뜻 맞는 교사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주고 개별 진로상담을 적극적으로 해서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해보자는 결의가 있었다”며 “일반고 중에서도 이처럼 혁신학교의 모델을 좇아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특성화고 진학 수요가 정원보다 많아 특성화고에 떨어진 학생들이 일반고로 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진로교육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2012년 교육통계 분석자료를 보면 1995년 고등학생 중 전문계 고등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2% 정도였으나 2012년에는 21%까지 줄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성화고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일반 학교에 직업반을 운영하는 방법, 직업교육을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거나, 국·영·수 중심 수업에서 탈피해 좋아하는 과목을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이 ‘일반고의 위기’를 말할 때 곧잘 제기하는 ‘단위과목 총량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과목을 1주일에 몇 시간 이상 못하게 하고, 사회·과학이나 예체능 과목은 하한을 둬 아이들의 균형적인 발달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학원시간에 대한 규제도 병행돼야 한다.

■ ‘학교는 뭘 하는 곳인가’ 근본적인 질문 제기할 때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나오고 있다. 오로지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학생·교사·학부모가 몰입하고 있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이 적절한지 묻는 것이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실장은 “점차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의 교육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일반고를 통해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간 성적 우수자를 중심으로 한 수월성 교육을 지향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방치해왔지만 자살 등 경쟁교육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안근 인헌고 교무혁신부장교사는 “일반고 변화의 출발점은 입시”라고 말한다. 수능 중심의 정시 체제에서는 일방적 강의식 수업이 많아져 학교의 역동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학생의 잠재력·창의력도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내신성적이 불리하지 않다는 점도 대책을 세울 부분으로 지적된다. 중학교 성적이 높은 학생만 입학할 수 있는 자사고는 그만큼 내신성적이 일반고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대학 입시에서는 등급 간 차이가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대는 올해 정시에서 수능 반영비율을 30%에서 60%로 올리고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40%에서 10%로 줄여 ‘자사고와 특목고 우대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평범한 진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은 “현재 불행한 학교와 불행한 아이들의 모습은 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결과물”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고 실장은 “현재의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몇 명만 끌고 가고 나머지는 버리고 가는 모습”이라며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한명 한명이 3년이라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나름대로 성장 기회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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