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다른 편의점… 1년 새 매출 반의 반토막”

평택 | 박순봉 기자

근접 출점 ‘과당경쟁’에 한숨, 편의점주 김지규씨

김지규씨(43·가명)는 2008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때 일자리를 잃은 2650명 중 1명이다. 15년간 일했던 회사를 갑자기 떠나게 된 김씨는 그간 모아둔 돈으로 의류 사업에 도전했지만 1년도 안돼 실패했다. 2010년 11월 생계를 고민하던 김씨에게 한 지인이 ㄱ편의점 가맹본사 개발팀 직원이라는 자신의 사촌오빠를 소개했다. 김씨는 본사 직원에게 “월 300만원은 벌어야 가족생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본사 직원은 “좋은 자리가 있다”며 김씨에게 경기 평택시의 왕복 6차선 도로 앞 건물을 보여줬다. 차가 지나가는 길이었고, 주차장도 넓어 목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54m 떨어진 부지에 펄럭이는 ‘편의점 입점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마음에 걸렸다. 바닥에 시멘트만 바른 부지는 공사 중이었다. 김씨는 본사 직원에게 “옆에 편의점이 들어오는데 이 자리를 소개하느냐”고 물었다. 본사 직원은 “다른 편의점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김씨가 재차 확인했지만 본사 직원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직원과 대기업인 가맹본사를 믿고 2010년 12월 편의점을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괜찮았다.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고도 300만원 정도를 벌었다. 하루 14시간30분씩 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내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러나 6개월 후 플래카드가 펄럭이던 부지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예정대로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다.

▲ “입점 절대 안할 거라는 본사 약속만 믿었는데…”
하루 14시간 일해도 빚만

새로 들어오는 편의점은 사거리에 있고, 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이 김씨의 편의점보다 먼저 볼 수 있는 위치였다. 경쟁이 될 수 없었다. 김씨가 본사에 항의하자 본사 직원은 “새로 들어오는 편의점 50m 내에 다른 점포를 얻어 담배판매권을 신청하면 새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김씨에게 제안했다. 담배판매는 50m 이상 거리를 두어야만 허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김씨는 300만원을 들여 6개월치 월세를 내고 새로 들어오는 편의점 옆 48m 거리에 상가 하나를 임대하고 담배판매권을 따냈다. 그러나 결국 2011년 11월 김씨 편의점 옆에 ㄴ편의점이 입점했다. 김씨의 편의점과는 54m, 김씨가 담배판매권 때문에 얻은 상가와는 48m 거리였다. ㄴ편의점은 주변에 울타리를 쳐 김씨 상가와의 거리를 50m로 늘렸다. 울타리 때문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이후 김씨 편의점의 매출은 4분의 1 토막이 났다.

김씨가 매달 본사로부터 받는 정산금은 40만원으로 급감했다. 김씨는 아파트와 차를 판 돈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고 생활비를 썼다. 필리핀으로 유학갔던 첫째 딸도 돌아왔고 둘째 딸의 학습지도 모두 끊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만둘 수도 없다. 폐업을 하려면 인테리어 잔존가와 위약금 등으로 400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 이 편의점을 만난 날이었다”며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오직 본사에 더 돈을 내지 않고 그만둘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ㄴ편의점이 들어온 자리는 김씨가 계약하던 당시 풀만 있는 나대지였다”며 “계약 당시에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플래카드는 없었고, 개발팀 직원이 다른 편의점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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