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생인 한별이 엄마는 참관학습 때 아이가 머리카락을 배배 꼬거나 엉덩이를 들썩이며 의자에 앉아 있길 힘들어 하는 것을 봤다. 집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상담센터를 찾았다.
엄마는 한별이가 손톱을 입에 물고 있거나 깨무는 버릇이 있어 손톱깎이로 깎아준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 예민한 아이라서 낯가림도 심했다. 예전엔 집중을 잘했는데 요사이 좀 더 산만해지기도 했다. 맘에 걸리는 것은 엄마가 직장 다니다가 2년 전 동생을 낳고 직장을 그만둔 것과 작년에 한별이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한다고 혼내면서 공부를 시킨 점이다. 특히 엄마가 감정적이어서 아빠보다 많이 혼내는 편이고 아이가 많이 무서워한다고 했다.
한별이와 같은 초등학교 입학생인 민수는 선생님들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 첫날부터 지적을 받았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런 일이 있어 선생님이 수업하기 힘들다고 치료기관에 가보라고 해서 상담센터에 왔다.
민수네는 아주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했다. 부모가 집에서 화를 안 내려 노력하고, 아빠도 TV를 덜 보고 밖에서 아이와 자전거 타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낮에는 민수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여건을 엄마가 많이 만들어 주고, 학원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보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민수 선생님도 열성이어서 민수 엄마와 필요할 때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와 같이 부모, 학교, 상담센터의 적극적인 개입이 들어가자 아이의 반응이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힘들어하다가 차츰 말을 듣기 시작하고 말 듣는 속도가 빨라졌다. 아이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런 이야기는 줄어들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이야기도 한다.
반면 한별이네는 상담센터에 부모가 함께 와서 “잘 알았다”고, “부모가 혼내는 것을 조금 줄여야겠다”고만 하고는 한별이 일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상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별이의 상태가 아주 가벼운 정도는 아니었다. 놀이치료실에서 부모가 일방경(바깥에선 놀이치료실 안이 보이나 안에서는 바깥이 안 보이는 특수유리)으로 자기가 노는 것을 보는 것도 싫고,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엄마 아빠가 혼내는 것이고 엄마 아빠가 혼낼 때는 사자와 호랑이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 가지였다. ‘엄마 아빠가 혼내지 말라’이다. 이제 1학년 들어간 아이가 공부할 것도 없는 나이에 벌써 공부가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싫거나 어려운 공부 부분이 나오면 산만하게 딴짓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손톱을 깨물고 부모를 무서워한다면 걱정할 만한 상태이다. 부모가 자신들이 혼내는 강도가 심한 것을 느꼈으니 잘 실천해서 아이가 느끼기에 따뜻한 부모, 재미난 부모로 변해가고 있다면 상담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므로 아이는 차츰 나쁜 버릇들이 없어질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이나 버릇들은 아이들의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별이처럼 여리고 내성적인 아이는 손톱뜯기, 지나친 낯가림, 무서움, 자다 깨기 등으로 나타나고 민수처럼 외형적인 아이는 산만함, 공격적 행동, 말 안 듣기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속 바람은 똑같다. 부모와 교사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예쁨받고 싶은 것이다. 한별이처럼 혼자서 힘든 증상을 보이고 부모를 힘들게 하지 않더라도 부모는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수처럼 선생님한테 지적받을 때만 부모가 놀라서 아이를 봐서도 안된다. 아이는 크면서 수도 없이 힘든 모습들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항상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현재 보이는 아이 모습이 왜 나타나는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