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식지 않는 ‘을의 분노’
남양유업이 직원 폭언과 ‘밀어내기 관행’에 공식 사과했음에도 ‘을(乙)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10일 “불매운동을 확대하고,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소속 대리점주들은 이날 오전에도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남양유업 측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대리점과의 상생 방안을 발표했지만 피해자협의회 측은 진정성이 없다며 연일 성의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피해자협의회 측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백이 없는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 국민에게 사죄를 하기 전에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과 그 가족에게 먼저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철저하게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국회는 대리점 형태의 사업장 보호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산발주 조작, 유통기한 임박한 물건 떠넘기기, 유통업체 파견사원의 임금 대납 강요, 떡값 요구 등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남양유업 관계자가 10일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고소 취하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월 인터넷과 언론에 조작한 자료를 뿌렸다며 이창섭 대리점피해자협의회 회장 등 3명을 고소한 바 있다. | 연합뉴스
규탄 집회 도중에 김웅 남양유업 대표가 직접 찾아와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정승훈 피해자협의회 총무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 진심어린 사과와 대화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협의회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총무는 “회사 측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하기 전에는 사과를 받아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월 대리점주들이 인터넷과 언론에 조작된 자료를 뿌렸다며 이창섭 피해자협의회 대표 등 대리점주 3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경찰은 남양유업이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대형 피해자협의회 간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몇 달 전에 고소한 사건을 사회적인 비난이 커진 뒤에야 취하한 것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섭 대표도 “회사가 처한 악화된 상황에 대한 일시적 타개책일 뿐,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협의회 측은 15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 측이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오는 20일부터 불매운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을 상대로 집단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측의 사과에도 구체적인 대책 협상이 없으면 이들의 분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