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유럽축구 ‘몸살’

김세훈 기자

유색인종 선수 늘어 경제난 속 박탈감 표출

“전쟁 같은 스포츠” 축구 국가주의도 한몫

요즘 유럽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징계를 받는 것을 넘어 관중이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기까지 한다.

지난 1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인 AS로마 관중이 AC밀란 소속 케빈 프린스 보아텡(독일)·마리오 발로텔리(이탈리아)에게 인종차별적 야유를 보내 경기가 중단됐다. 14일에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갈라타사라이)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원숭이로 취급하는 인종차별적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은 줄곧 있어왔다. 2011년 10월에는 잉글랜드 첼시의 존 테리(영국)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안톤 퍼디낸드(영국)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게 밝혀져 큰 곤욕을 치렀다.

드로그바(왼쪽)·수아레스

드로그바(왼쪽)·수아레스

박지성(QPR)도 지난해 11월 에버턴 팬으로부터 아시아인을 비방하는 발언을 들었다. 수아레스(리버풀)는 2011년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를 검둥이라고 불러 중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최근 2~3년 사이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이 빈번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피해자가 모두 유색인종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백인우월주의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인종 분류 모델이 처음으로 개발된 곳이 유럽이고, 유럽인들은 자신들과 외모 등이 다르면 낯설고 원시적이며 야만적·비도덕적으로 여긴다.

그런 성향이 유색인종 선수가 크게 늘어난 유럽 축구장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조성식 교수는 “이탈리아 등 유럽 축구팬의 주류는 저소득 백인계층”이라며 “이들은 최근 극심한 경제난으로 쌓인 불만을 많은 돈을 버는 흑인 선수 등을 비방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선수 간 인종차별 논란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리그에 비해 가장 글로벌화된 곳으로 2000년대 들어 시장을 해외로 넓히기 위해 외국 선수·감독을 대거 받아들였다. 그렇게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아프리카·아시아 선수들이 영국 등 본토 선수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다가 인종차별로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프리미어리그는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과 같다. 하지만 국제화를 주창하는 영국 정부로서는 인종차별을 용납할 수 없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축구가 갖고 있는 국가주의적 특징도 인종차별 논란의 태생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축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하고, 역사적으로도 실제 전쟁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게다가 축구는 상대팀에 대한 네거티브 응원이 상당 부분 용인되는 종목이다. 조성식 교수는 “축구가 갖고 있는 강력한 내셔널리즘이 인종차별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표출된다”며 “특히 최근 유럽 축구에 아프리카·이슬람·아시아인들의 유입이 급속하게 늘고 있어 인종차별은 앞으로 상당 기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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