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베풀고 사는 기버, 성공 확률이 높다지만, 그저 베푼다고 성공할까

서영찬 기자

▲ 기브앤테이크…애덤 그랜트 지음·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464쪽 | 1만6000원

‘50%가 5%에게 양보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가 출마를 접으면서 박원순에게 양보한 다음날 한 신문에 등장한 헤드라인이다. 지지율이 현격히 높은 예비 출마자가 지지율이 미약한 예비 주자를 지지하며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가는 일이다. 또한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안철수의 양보는 성공의 법칙과 어긋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안철수는 전형적인 ‘기버’(Giver)이다.

기버는 자신의 이익 못잖게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해 베풀고 나눠주는 사람이다. 이타적인 인간형이다. 기버와 상반된 사람은 ‘테이커’(Taker)로 부르는데, 이들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갖기를 바라며 성공하려면 남을 넘어서야 한다고 믿는 부류다. 테이커는 흔히 리더십이 강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이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기버와 테이커 두 인간형을 통해 성공과의 함수관계를 들여다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버가 직업적 성취도가 높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

[책과 삶]베풀고 사는 기버, 성공 확률이 높다지만, 그저 베푼다고 성공할까

저자는 각종 직업군의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최하위층과 최상위층에 동시에 기버가 분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테이커는 대개 중간층을 점유했다. 대학생들의 학점 분포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수련의 집단을 몇 년간 추적 조사한 내용을 보자. 기버 수련의는 처음에 능력없고 물러터진 사람으로 평가받아 밑바닥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높은 성적을 받았다. 원인은 기버의 이타적 행동에 있었다. 기버는 테이커보다 환자, 동료와 소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행동이 쌓이고 쌓여 성공의 대가로 돌아온 것이다. 기버는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 유대감을 쌓는 데 익숙한데, 이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미국 정치사에도 안철수와 유사한 기버가 있다. 오래전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정치 신참은 38%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9%의 트럼블이라는 인물을 지지하며 중도하차했다. 트럼블은 당선됐고 중도 사퇴한 이 정치인은 6년 후 미 대선에 출마해 승리를 거뒀다. 이 기버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링컨의 승리는 장기적으로 쌓은 대중적 호감도가 한몫했고, 그 바탕에는 이타적 행동이 있었다. 이타적 행동은 장기적으로 지지자를 늘려준다. 기버의 힘은 바로 기버의 성공을 바라는 우군이 많다는 데 있다.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정치판이든 비즈니스 세계든 결국 경쟁에서 이기는 자는 기버라는 것이다. 양보하고, 나누고, 베푸는 이타적 행동은 언젠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베풀기만 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타인의 이익과 내 이익이 연관돼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지 않으면 이타적 행동은 단순한 선행으로 그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봉사·기부 활동을 꾸준히 하는 젊은 기버 집단을 분석해보니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가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성공한 기버는 세상에 유익한 존재가 되겠다는 나눔의 동기가 명확했고, 반면 실패자는 동기가 모호했다고 한다.

심리학에 ‘실수 효과’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약점을 본 상대방이 되레 호감을 갖는 현상을 말한다. 기버는 실수 효과 덕을 톡톡히 보는 부류다. 전문직일수록 실수 효과 경향이 뚜렷하다. 말더듬증 변호사가 배심원들의 호감을 얻어 소송에 이기고, 말이 어눌한 교수에게 청중이 더 잘 호응하는 경우가 그렇다. 달변에 단호한 어조가 특징인 테이커는 상대방을 논리적으로는 설득할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페이스북 프로필만 봐도 기버와 테이커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자화자찬에 자기중심적인 소개 일색이라면 테이커로 의심해도 무방하다. 또 테이커에게는 페북 친구가 유별나게 많다. 기버가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면 테이커는 ‘나’라는 표현을 애용한다. 이는 테이커가 ‘구애 행위’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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