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네 말로 쓰라” 고 이오덕 선생 일기 모음

서영찬 기자

▲이오덕 일기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1권 406쪽·2권 384쪽·3권 356쪽·4권 388쪽·5권 400쪽 | 1~5권 7만원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오덕은 기록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것 같다. 1962년부터 42년 동안 쓴 일기가 그 증거다. 이오덕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작은 수첩에 펜을 꼭꼭 눌러가며 일기를 썼다. 이오덕이 마지막으로 쓴 일기에는 그의 아들이 ‘얼기설기밭’이라는 단어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오덕은 처음 듣는 말이라며 재미있어 한다. 이오덕은 암투병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웃음과 흥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죽기 이틀 전까지 흐트러짐 없이 일기를 썼다.

이오덕은 두툼한 일기장부터 손바닥 크기의 수첩까지 모두 아흔여덟 권의 일기장을 남겼다. 1980년대 일기장에는 자신이 다녔던 강연 팸플릿을 붙여놓기도 하고 신문을 스크랩해서 붙여 두기도 했다. 때로는 글을 써내려 가다 공간이 모자라면 종이를 이어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차곡차곡 일상을 쌓아두었다. 원고지로 3만8000장,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이 가운데 의미있고 소개할 만한 내용을 추려 6000여장 분량의 책을 내놓았다. 출판사는 이오덕의 일기를 입력하는 데만 여덟 달이 걸렸다고 한다. 책을 내놓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책과 삶]“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네 말로 쓰라” 고 이오덕 선생 일기 모음

이오덕은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또 가난한 사람을 보듬었다. 2001년 어느날 아동문학가 권정생과 오랫동안 대화를 주고받으며 세상이 전쟁없이 평화롭게 되려면 “모두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맞장구친다.

교단에서든 아동문학가로서든 그는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을 이해했고 그들 편에 섰다. 산골학교 교사로 있을 때 가정방문을 다니며 가난한 학생과 부모들에게 보이는 인정은 그가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알게 한다.

이오덕은 평소 “네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네 말로 쓰라”고 가르쳤다. 그는 1970년대부터 아이들에게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른들의 글을 흉내내는 글짓기를 가르치는 교육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결국 많은 교사들이 그의 인식에 공감해 글쓰기 수업에 동참했다.

책에는 10월유신,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그때마다 이오덕은 사건의 진실을 꿰뚫어 봤다. 그는 권정생, 아동문학가 이원수, 문익환 목사, 함석헌, 신경림, 백낙청 등과 교분을 쌓았고 함께 시대의 문제를 고민했다. 이오덕은 낙천적이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가르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 책은 그런 그의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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