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 ‘역외탈세’ 조사 집중

정희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25일 “이번 수사의 핵심은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 회장의 역외탈세 혐의를 규명하는 게 이번 수사의 주요 줄기라는 뜻이다. 현 정권의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엄단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검찰이 벌인 기업의 역외탈세 수사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전까지 역외탈세 수사는 정·관계 로비 수사로 가기 위한 ‘경유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외탈세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쫓는 수사는 곧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는 수사로 연결됐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벌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검찰은 홍콩에 차명으로 설립한 법인에서 받은 배당금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탈루한 혐의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한 뒤, 정·관계 로비 수사로 직진했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2000억원대 횡령·배임 사건도 탈세 수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른바 ‘선박왕’ ‘완구왕’ 사건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의 역외탈세 혐의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수사의 ‘종착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민주화 흐름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확보의 필요성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8조5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발 역외탈세 수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역외탈세 등을 통해 조성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별도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검찰은 CJ그룹 외에 다른 대기업 2~3곳의 역외탈세 등 혐의에 대한 첩보도 입수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한국인 명의의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소유주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국세청도 기업 등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국세청 조사 결과 역외탈세 혐의가 확인된 기업은 검찰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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