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소환… 주중 영장 청구 방침
510억여원의 조세포탈과 950억여원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53·사진)이 25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현 정부 들어 재벌 총수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주 중 이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35분쯤 진회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 회장을 상대로 12시간 넘게 조사하며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페이퍼컴퍼니)’와 국내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던 비자금으로 자사주를 매매해 1000억원대의 양도차익을 내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510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CJ제일제당에서 600여억원을 횡령하고,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면서 회사에 350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서미갤러리에서 임직원 명의로 1000억원대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세탁하고, 자사주 매매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주가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이 회장을 소환한 것은 지난달 21일 서울 남대문로의 CJ그룹 본사와 전·현직 임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공개수사에 나선 지 한달여 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서울 장충동의 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번주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이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CJ글로벌홀딩스 신모 부사장을 26일 구속기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