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별 김택근 지음 | 추수밭 | 226쪽 | 1만3000원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은 평생 가난했던 사람이다. 나고 자라면서 빈곤이 따라다녔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택했다. 2007년 봄, 그가 세상을 등졌을 때 그의 통장에는 자그마치 10억원이 남아 있었다. 수십년간 받아온 인세를 모아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허름한 작업복과 고무신만 신고 살았다. 또 방 한 칸 딸린 흙담집만으로도 풍족하다고 느꼈다. 권정생은 전 재산 10억원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장에 적었다. 그는 가난을 초월한 사람이었다. 말년에 “물질이 풍족하면 마음이 가난할 수 없으니 그것이 두렵다”고 말한 것은 그의 인생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몽실 언니>처럼 그가 남긴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다.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는 슬프기 마련이다. 권정생은 슬픈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사랑을 말하고자 했다. 슬프되 감동적인 동화들. 권정생의 인생도 그의 동화와 다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돈 벌러 객지로 떠나야 했던 친구 명자, 기도원에서 만난 ‘문둥이’ 총각, 교회에 자주 놀러온 정신지체아 창섭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 권정생은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가난에 시달리다 허망하게 일찍 세상을 등진 부모와 형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난한 이웃에 감정이입된 듯 보인다. 저자는 “권정생의 작품들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이자 그의 분신”이라고 말한다.
![[책과 삶]평생 ‘어린 성자’였던 권정생 선생님의 삶](https://img.khan.co.kr/news/2013/07/05/l_2013070601000670200062881.jpg)
권정생은 스무살 이후 몸에서 병이 떠나지 않았다. 폐결핵과 두어 가지 질병을 더 달고 살았다. 교회 종지기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32세 되던 해 동화 <강아지똥>을 써서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한다. 자연스레 동화 짓기는 그의 보람이자 삶의 조건이 됐다.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웠듯 권정생은 하잘것없어 보이는 것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했다. 가난한 사람도 누구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가난 속에서 피워낸 권정생의 슬픈 동화들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병약한 몸으로 창작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원고지 한두 장을 쓰고나면 각혈을 하고 몸져 눕곤 했다. 그래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되레 병을 친구로 삼았다.
저자는 권정생을 ‘어린 성자’라고 말한다. 가난하고 약한 이웃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내고 언제나 동심을 잃지 않았던 사람. 그가 ‘아이’였기 때문에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인이자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권정생을 1990년에 기자와 취재대상의 관계로 처음 대면했다. 그를 만난 경험을 ‘혹독한 겨울 속 동화 나라에 다녀온 듯했다’고 표현했다. 책은 권정생의 인생을 동화 형식으로 담은 글이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