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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비 많이 오는데 괜찮아요?’ 끝내 전해지지 못한 문자메시지

입력 2013.07.16 22:28

수정 2025.05.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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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란 기자

참사 현장의 유가족들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진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침 일찍 한강변으로 출근했다는 아버지가 걱정됐다.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메시지(사진)를 보냈다. “아빠♥ 서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 응답이 없었다. 불길했지만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늘 착하게만 살아오신 아빠였기에 신이 불행을 주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7명의 수몰 사고가 발생한 서울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 실종된 김철득씨(52)의 딸 김모씨(23)가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15일 오후 7시39분. 이때는 아버지 김씨가 좁은 터널 안에서 수마에 휩싸인 지 2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사고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김씨는 “부모님과 평생 처음 방콕으로 해외여행 갈 계획이었는데…”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는 김씨가 태어날 때부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멀리 떨어져 지내며 일을 해왔지만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다정했다고 그는 전했다.

‘아빠♥ 비 많이 오는데 괜찮아요?’ 끝내 전해지지 못한 문자메시지

사고 발생 이틀째인 16일 구조 현장에는 전날 오후 갑자기 들어찬 강물에 빠져 실종된 작업자 6명의 가족과 친지 40여명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생사가 불분명한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은 종일 맨홀 입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종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임경섭씨(45)는 사고 전날인 일요일 여동생, 누나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임씨의 매형은 “그날 처남이 쉬는 날인데도 ‘비가 많이 와서 공사장에 물이 찬다’며 현장에 갔다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이명규씨(62)의 부인과 두 아들은 16일 오후까지도 사고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군산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섬, 하루에 배 1척만 오가는 어청도에 가족을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혼자 지내던 이씨였다. 5남매 중 둘째인 이씨의 맏형 이신규씨(66)는 “열흘 전쯤 동생이 ‘이제 일이 힘들다, 힘에 부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여동생 이구씨(58)는 “오빠가 서울에서 혼자 지내면서 쉬는 날에는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먹고 잤다. 형제들이 크면 어릴 때 같지 않다고 하지만 우애가 남다른 오빠였다”며 “친정어머니한테는 오빠가 저 안 보호시설 안에 안전하게 살아 있다고 거짓말했다”며 오열했다. 실종자 박명훈씨(49)와 이승철씨(55)는 중국 지린성 왕칭현, 한마을에서 지냈던 이웃사촌이었다. 5년 전에 각자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우연찮게 같은 현장에서 만났고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웃사촌인 그들의 가족도 5년 만에 사고 현장에서 재회했지만 서로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남편을 기다리며 현장에서 밤을 새운 박명훈씨 부인은 “사고 전날 우리 아저씨가 한강에 물이 많아서 나가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잡아야 했다. 잘살아보겠다고 일하다가…”라며 울었다. 사고 전날은 이승철씨의 처조카 결혼식이었다. 이씨의 처남댁 한정자씨(49)는 “충주 우리 집에서 온 일가가 다 모여서 같이 놀고 이야기했다. 그날 하루만 우리 집에서 재웠으면 이런 끔찍한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은 사고가 났다는 연락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사고·수습상황 정보를 잘 전해주지 않는 서울시 및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박명훈씨의 고모는 “뉴스를 못 봤으면 사고 난 줄도 몰랐을 거다. 올 때도 택시 타고 114 전화하면서 길 물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가족 대표는 “서울시장, 국회의원, 높은 사람 다 오가면서도 우리한테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는커녕 손 한번 잡아주질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오후 1시쯤 현장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실종자들이 들어갔던 맨홀 가까이 접근을 허용했다. “세상에, 이렇게 깊은 데서 목숨 걸고 일했던 거냐” “나 여기 왔다 빨리 나와” 등 오열하는 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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