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들 “위험 알고도 일 못할까봐 말 못해”
시공사는 원가절감 이유 무리한 공기 단축
서울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작업 공사의 공정률은 수몰사고가 나기 직전 77.8%였다. 완공 예정일(2014년 4월5일)을 감안한 계획된 공정률은 75.15%. 시공사의 부도위기로 공사가 한때 중단된 사실까지 감안하면, 공사 속도는 너무 빨랐다. 안전에는 눈을 감은 채, ‘빨리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또 사고를 친 것이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을 해야 했다”
사고가 난 공사 현장에서 1년 정도 일했다는 동아지질 소속 50대 작업자 ㄱ씨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사를 해야 했다. 막장공사(터널공사)라 쉬는 날이 없었다. 한 달에 두 번(이틀) 놀았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굳이 공사를 해야 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ㄱ씨는 ‘평소에 물이 넘칠 것을 걱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물이 넘칠까봐 늘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못하겠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자들은 전부 다 사무실에만 앉아서…. 우리 같은 잡부들이 막말로 ‘오늘 물 많으니 일하지 맙시다’라고 말할 수 있었겠나.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일하기 싫으면 그만둬라’였겠지”라고 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열린 맨홀 뚜껑’에 대해서는 “안에서 용접작업을 하는데, 양쪽 입구가 모두 열려 있어야 연기가 잘 빠진다”고 설명했다. 맨홀 뚜껑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닫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지상으로 입구를 뚫은 것이 두 달 전”이라며 “그전에는 비가 와도 한강물이 흘러 들어올 구멍이 없으니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 “원가 절감 위해 폭우 속 공사 강행”
애초 계획보다 공사 진행속도가 빠른데도 불구하고 현장 작업자들이 폭우 속에서도 공사를 계속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원가 절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 노동자 한 명당 10만원꼴의 인건비와 크레인 등 장비 대여료로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할수록 시공사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공기를 단축하는 또 다른 이유는 향후 유리한 입찰을 위해서다. ‘예정보다 빨리 공사를 마치는 건설사’라는 이미지는 ‘그만큼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발주처에 이해된다.
ㄴ건설업체 관계자는 “실제 입찰 심사를 받을 때 과거 얼마나 일정보다 빨리 공사를 마쳤는지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예정보다 늦게 공사가 완료되면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유롭게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일정을 당기는 것이 건설업계의 관례로 알려져 있다. ㄷ건설업체 관계자는 “특히 배수로 공사는 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진행하려 한다”면서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번 사고같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은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