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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주검 올라올 때마다… 실낱 희망이 오열로

입력 2013.07.17 22:29

수정 2013.07.1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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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란 기자

노량진 상수관로 수몰사고

실종된 작업자들을 잠수부원들이 차례로 끌어안고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가족들은 숨을 죽였다. ‘혹시나 숨이 붙어 있지 않을까….’ 부질없는 희망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희망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다. 사고를 당한 지 이틀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실종자들은 차가운 주검이 돼 있었다.

지난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 수몰사고로 실종된 박명춘(49), 이승철(55), 박웅길(56), 이명규(61), 김철득(52), 임경섭(44)씨 등 6명의 노동자 시신이 17일 수색작업 중 모두 발견됐다. 신원이 확인될 때마다 유가족들은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시신이 한구씩, 두구씩 수습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은 통곡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시신들은 구급차에 실려 구로 고려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는 사고 첫날 사망한 조호용씨(60) 등 다른 피해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서울 동작구 상수도관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됐던 중국 국적 근로자 박명춘씨의 시신이 수습되던 17일 오전 충격으로 실신한 유족을 119구조대원들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서울 동작구 상수도관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됐던 중국 국적 근로자 박명춘씨의 시신이 수습되던 17일 오전 충격으로 실신한 유족을 119구조대원들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귀향 석달 앞둔 중 동포 출구 1m 앞서 첫 발견
실종 6명 시신 모두 수습

잠수부원들은 이날 오전 7시50분쯤 깊이 48m 맨홀 아래 상수도관 터널 입구 부근에서 박명춘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2인 1조로 짜여진 구조대 4개조가 교대로 물속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인 지 80분 만이었다. 주검은 출구에서 불과 1m 떨어진 바닥에서 발견됐다. 손목에 찬 시계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진흙탕인 물속에 투입된 구조대원은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한 뒤 일단 붙잡아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왔다.

박씨의 시신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업복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다만 박씨 이마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이를 지켜본 박씨의 부인과 고모 등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부인 이씨는 끝내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박씨 시신 수습 후 높은 수압과 수중 펌프 고장으로 잠시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오후 9시15분쯤 수심이 50㎝까지 내려가자 잠수부원 14명이 다시 투입됐다. 수색을 재개한 지 25분쯤 지난 오후 9시40분쯤 수평관로 입구에서 250m 떨어진 지점에서 2~3m 간격으로 이승철씨와 박웅길씨의 시신 2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이어 밤 11시45분쯤 이명규·김철득·임경섭씨 등 나머지 3구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수습됐다. 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한 후 울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시신들이 안치된 병원에서는 유가족들의 애끓는 통곡소리만이 가득했다. 이씨의 아내는 “고생만 하다가 이제서야 5년 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살게 됐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울부짖었다. 이씨는 5년 전 중국에 가족을 두고 혼자 한국으로 와 5년간 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이씨 부인은 20일 전 한국에 와서 식당에서 일하는 중이었고, 중국에 있는 아들(26)도 부모가 일하는 한국에 곧 취직할 예정이었다.

5년 전 아내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박명춘씨도 오는 10월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고향인 중국 지린성 왕칭현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귀향을 3개월여 앞두고 이 같은 참변을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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