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상수관로 수몰사고
실종된 작업자들을 잠수부원들이 차례로 끌어안고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가족들은 숨을 죽였다. ‘혹시나 숨이 붙어 있지 않을까….’ 부질없는 희망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희망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다. 사고를 당한 지 이틀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실종자들은 차가운 주검이 돼 있었다.
지난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 수몰사고로 실종된 박명춘(49), 이승철(55), 박웅길(56), 이명규(61), 김철득(52), 임경섭(44)씨 등 6명의 노동자 시신이 17일 수색작업 중 모두 발견됐다. 신원이 확인될 때마다 유가족들은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시신이 한구씩, 두구씩 수습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은 통곡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시신들은 구급차에 실려 구로 고려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는 사고 첫날 사망한 조호용씨(60) 등 다른 피해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서울 동작구 상수도관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됐던 중국 국적 근로자 박명춘씨의 시신이 수습되던 17일 오전 충격으로 실신한 유족을 119구조대원들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귀향 석달 앞둔 중 동포 출구 1m 앞서 첫 발견
실종 6명 시신 모두 수습
잠수부원들은 이날 오전 7시50분쯤 깊이 48m 맨홀 아래 상수도관 터널 입구 부근에서 박명춘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2인 1조로 짜여진 구조대 4개조가 교대로 물속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인 지 80분 만이었다. 주검은 출구에서 불과 1m 떨어진 바닥에서 발견됐다. 손목에 찬 시계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진흙탕인 물속에 투입된 구조대원은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한 뒤 일단 붙잡아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왔다.
박씨의 시신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업복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다만 박씨 이마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이를 지켜본 박씨의 부인과 고모 등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부인 이씨는 끝내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박씨 시신 수습 후 높은 수압과 수중 펌프 고장으로 잠시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오후 9시15분쯤 수심이 50㎝까지 내려가자 잠수부원 14명이 다시 투입됐다. 수색을 재개한 지 25분쯤 지난 오후 9시40분쯤 수평관로 입구에서 250m 떨어진 지점에서 2~3m 간격으로 이승철씨와 박웅길씨의 시신 2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이어 밤 11시45분쯤 이명규·김철득·임경섭씨 등 나머지 3구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수습됐다. 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한 후 울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시신들이 안치된 병원에서는 유가족들의 애끓는 통곡소리만이 가득했다. 이씨의 아내는 “고생만 하다가 이제서야 5년 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살게 됐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울부짖었다. 이씨는 5년 전 중국에 가족을 두고 혼자 한국으로 와 5년간 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이씨 부인은 20일 전 한국에 와서 식당에서 일하는 중이었고, 중국에 있는 아들(26)도 부모가 일하는 한국에 곧 취직할 예정이었다.
5년 전 아내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박명춘씨도 오는 10월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고향인 중국 지린성 왕칭현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귀향을 3개월여 앞두고 이 같은 참변을 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