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석유장관 등 친서방·개혁파 인사… 4일 출범
핵협상 진전 기대 속 미 하원 새 이란제재법 통과
지난 6월 이란 대선에서 당선된 중도온건파 하산 로하니(65)가 4일 취임한다. 로하니 취임을 계기로 서방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핵협상에서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란 프레스TV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맘눈 후사인 파키스탄 대통령 등 11개국 정상과 7개국 국회의장 등이 로하니의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다고 1일 보도했다. 방문객 중에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축하사절을 보낸 나라들 중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국은 없고 주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다. 중동에서도 주요 아랍국들은 이란과 사이가 나빠 사절을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각국 200여명의 기자들이 취임식 취재를 신청하는 등, 외신들의 관심은 뜨겁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 시절 핵협상이 교착되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됐던 서방국들도 로하니 취임 이후의 변화에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로하니는 과거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파 정권 시절 이란 측 핵협상 대표를 지냈고, 지난 대선 유세 때부터 서방과 전면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국제사회와 관계를 재건하겠다”는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이란과 가까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달 미국 대사를 만나 로하니의 대화 의사를 전했다고 걸프뉴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로하니는 내각 구성에서도 서방에 관계개선 신호를 보냈다. 반관영통신 ISNA는 지난달 29일 로하니가 최고국가안보위원장과 주요 각료를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그중 외무장관 내정자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는 서방에 내미는 ‘올리브 가지’라는 평이 나온다. 자리프는 하타미 정권 때 주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로하니와 함께 핵협상에 참여하면서 우라늄 농축을 한시 중단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바 있다. 자리프는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덴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영어도 능숙하다.
석유장관 내정자 남다르 잔가네흐도 개혁파 정권 시절 석유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란은 아마디네자드 임기 동안 석유 금수조치에 묶여 경제난이 심각하다. 잔가네흐는 1997~2005년 한 차례 석유장관을 지내면서 에너지 분야에 수십억달러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조차도 그를 감싸왔다.
하지만 핵협상단 수석대표를 겸하는 최고국가안보위원장에는 혁명수비대 출신이고 국방장관을 지낸 무함마드 포루잔데흐가 내정됐다.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최고지도자에게 전하기 위한 ‘내부용’ 인사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로하니에 대한 서방국들의 기대감을 전하면서도 ‘섣부른 기대가 실망으로 끝날 수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하니 정권 출범이 핵협상과 대미관계, 주변 아랍권과의 꼬인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것임은 틀림없지만,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지난달 31일 새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란의 새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자”며 제재를 미루자고 요청했지만, 제재안은 압도적으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