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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마지막 황태자비, 한 남자의 아내로서 행복했다

입력 2013.08.09 21:29

▲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강용자 지음·김정희 엮음 | 지식공작소 | 390쪽 | 1만3500원

“조선의 황태자 이은과 내가 약혼을 했다고?” 열여섯 소녀는 아침 신문에서 자신과 한 남자의 사진을 발견한다. 일곱 살 때 그저 안됐다고만 생각했었던 아이, 비운의 황태자. 그의 아내가 바로 자신이라고 신문은 말하고 있었다. 나시모토미야 마사코. 그녀는 그렇게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가 됐다. 책은 열여섯 마사코로 시작해 여든아홉 이방자로 막을 내린 한 여인의 회고록이다.

고종 황제의 세 번째 왕자이자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은 열한 살 때 일본에 볼모로 끌려갔다.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사단장, 공군사령관, 군사참의관을 지내고 2차대전 이후 평민이 됐다. 일생의 대부분을 일본의 군인으로 보냈지만, 그는 아내 이방자 여사의 표현처럼 ‘망국한을 되씹으며 몸부림치는’ 생을 살았다.

[책과 삶]마지막 황태자비, 한 남자의 아내로서 행복했다

마사코와 이은의 결혼은 겉으로는 선·일 융화였다. 하지만 내막은 달랐다. 마사코는 일본 황태자비 후보로 간택돼 있었다. 군벌의 계략으로 그녀는 아이를 못 낳는 여자가 됐고, 후보에서 탈락함과 동시에 조선 왕가의 손을 끊으려는 목적으로 결혼이 결정된 것이었다. 그녀가 이은의 아들 진을 낳자 불임을 주장했던 전의 세 명은 모두 처형당했다.

“일요일에 나를 방문한 전하의 마차가 멀리 솔밭을 돌아 언덕길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 일요일에도 뵐 수 있을까’ 하고 속으로 가슴을 죄었다.”

분명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이은에게 마음의 자락을 내어주고 있었다. 결혼 생활은 순탄했다.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행복했고, 아들 진을 바라보며 짓는 그의 미소에 덩달아 미소 지었다.

진이 7개월 되던 봄, 부부는 처음으로 함께 조선엘 갔다. 그리고 진을 잃었다. 일본인의 아이라는 이유였을까.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녀에겐 조선의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도 있었다. 그렇게 10년, 어렵게 둘째 왕자 구를 얻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귀국에 냉담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거부로 돌아오지 못하고, 1963년 56년 만에 휠체어를 타고 환국했지만 이은은 뇌내출혈로 말을 잃었다. 영왕 이은은 6년 6개월을 투병하다 73세로 서거했다.

“외로운 그분의 따뜻한 벗이 되고 싶었다.” 그녀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다. 시대가 결정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냥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고 그녀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

책은 마지막 황태자비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면서 의왕 이강과 덕혜옹주, 이건, 이우 등 왕가의 파란만장한 삶도 이방자 여사의 눈과 귀를 빌려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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