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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실명, 황반변성

입력 2013.08.29 21:09

  • 강세웅 |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얼마 전 60대 중반의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꽤 오랫동안 사물이나 사람의 형상이 찌그러져 보이고, 시야 가운데에 어두운 점이 고정적으로 가리고 있어서 상당히 흐릿하게 보여 시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나이들면 다 그렇다는 주위 사람들 말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태는 가까운 것만 흐리게 보이는 노안이 아니라,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진단 시기가 늦어 상당한 시력 손상이 이미 발생해 회복하기가 어려운 안타까운 사례였다.

빛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는 신경조직이 눈속 뒤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을 황반이라고 부른다.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자리다. 황반변성은 바로 이 황반에 비정상 혈관이 생겨서 출혈이나 흉터조직이 생기고 결국 시세포가 변성 내지는 위축되면서 심한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황반 조직은 평생에 걸쳐 대사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곳에 혈액 공급이 부실해지고 자외선 노출이나 고열량 음식 등으로 생긴 산화 노폐물이 시세포 주위에 누적되면서 황반변성이 발생한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병명이 말해주듯이 나이가 50세를 넘어서면서 발생하며 유전적 요인도 발생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병을 ‘눈에 생긴 치매’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노령자에게 생기므로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시력 감퇴 정도로 착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의술 인술]갑자기 찾아온 실명, 황반변성

선진국에서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60세 이상에서 영구적인 실명을 초래하는 첫번째 원인 질환으로 꼽히며 대중의 관심도 지대하다. 인구 고령화로 한국도 황반변성의 발병 빈도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 질환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너무 낮다.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쳐 실명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습성 황반변성이 심각한 유형이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으로 발생한 실명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서서히 진행되는 건성과 달리 습성은 급속하게 진행되어, 수주 만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되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양쪽 눈을 모두 침범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 한쪽에만 먼저 발병한 경우에는 증상 자체를 거의 못느껴 한참을 방치하다가 반대편까지 심하게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평소 한쪽 눈을 가리고 바둑판 무늬나 격자무늬의 중앙을 쳐다봤을 때 중앙 또는 그 옆에 잘 안 보이는 부위가 느껴지거나,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볼록하게 혹은 오목하게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증상이 감지되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확진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최근에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요법 혹은 항체주사라 불리는 치료를 주로 한다. 제때 치료만 되면 시력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한두 달 간격으로 상당기간 반복적인 주사치료를 해야 한다는 부담과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 증가가 단점의 하나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병원 방문 횟수나 주사 횟수 등을 줄이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또 작용기간이 다소 긴 주사약제를 도입하는 등 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 특히 습성 황반변성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실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조기에 검진해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시력 보전 및 개선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수개월 지나 황반에 흉터조직이 많이 생기면 백약이 무효이다. 고령사회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황반변성은 이미 유병률이 높은 병이 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건당국뿐 아니라 국민도 경각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이제는 단지 오래 사는 것에서 ‘밝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쪽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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