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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죽어서 비로소 평등해졌다… 중 작가 위화 새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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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그들은 죽어서 비로소 평등해졌다… 중 작가 위화 새 장편

입력 2013.08.30 21:42

수정 2013.08.3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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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성노 기자

▲ 제7일…위화 지음·문현선 옮김 | 푸른숲 | 304쪽 | 1만3000원

중국 작가 위화(사진)의 소설은 낯익다. 아마 위화 소설의 주요 배경을 이루는 중국 현대사가 그만큼 한국 현대사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의 침략부터 항일투쟁,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가난과 산업화에 따른 빈부문제, 관리의 부패까지(물론 어느 나라든 현대화 과정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겠지만). 문화대혁명과 유신체제는 반자본주의와 반공산주의같이 방향은 서로 달랐지만, 국민의 사상과 삶을 통제하고 억압하려 했다는 점에서 ‘오른손·왼손잡이 쌍둥이’와 같다. 위화가 소설 속에서 그려내는 소시민들의 삶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책과 삶]그들은 죽어서 비로소 평등해졌다… 중 작가 위화 새 장편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도 그렇다.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생>은 지주 가문 출신의 한 젊은이가 방탕한 생활로 몰락한 뒤 국공내전과 문화대혁명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위화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추적보다는, 가난 때문에 딸을 입양보내고 가족을 하나둘 잃는, 소시민의 삶에 더 애정을 보인다. 위화의 이름을 우리 독서계에 알렸던 작품 <허삼관 매혈기>도 매혈(이것도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화된 일이 있다)로 자신의 생계비와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했던 한 노인의 지난한 삶을 그린다.(<허삼관 매혈기>는 하정우 출연·연출로 영화화,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위화의 소설이 이처럼 소시민들의 몰락하고 망가져가는 삶을 그리면서도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은 그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때문이다.

위화의 새 장편소설 <제7일>은 식당 화재로 사망한 주인공 양페이의 눈을 통해 양페이 자신과 주변 소시민들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성경의 <창세기>에서 빌려온 <제7일>은 위화의 소설에서 상장(喪章)을 하고 울어줄 사람도 없고, 묻힐 묘지도 없는 외로운 사자들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느 날 양페이는 문 앞에 붙어 있는 쪽지를 발견한다. ‘빈의관(殯儀館)으로 와서 화장(火葬)에 임하라.’ 자신이 죽은 것이다. 걸어서 화장터인 빈의관에 도착한 양페이는 대기표를 받고 일반대기구역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죽음의 마지막 절차인 화장을 기다린다. 그러나 유골함과 묘지가 없는 그에게는 저승의 안식처가 없다. 직접 상장을 만들어 차고 빈의관을 빠져나온 그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매며 자신과 주변 이웃들의 이승의 삶과 마주친다. 양페이는 친어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다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바람에 변기구멍으로 떨어져버린 ‘철길에서 태어난 아이’다. 기차역에서 일하는 미혼남인 양아버지가 그를 주워 와 애지중지 기른다. 주워 온 아들을 키우기 위해 결혼도 못하고 늙은 양아버지는 어느 날 홀연히 양페이 곁을 떠난다. 양아버지를 찾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온 양페이는 이웃집 식당에서 국수를 먹던 중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책과 삶]그들은 죽어서 비로소 평등해졌다… 중 작가 위화 새 장편

빈의관에서 나와 떠돌던 양페이는 자신처럼 묘지도 없이 죽은 이들이 모여 사는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는 이승의 삶의 상처를 가지고 죽은 이웃들을 만난다. 자신을 친아들처럼 젖을 먹여 키워줬던 이웃집 양어머니, 가난이 싫어 사업가를 따라갔다 끝내 고위관료의 정부로 자살한 자신의 아내 리칭, 산아제한정책으로 유산돼 쓰레기처럼 강에 버려진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 고문에 못 이겨 아내를 죽였다고 허위자백한 뒤 사형당한 농부,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사준 아이폰4S가 가짜임을 알고 자신을 속인 남자친구가 야속해 투신자살한 미용실 처녀 슈메이, 죽은 슈메이의 묘지라도 마련해주려고 신장을 파는 그녀의 남자친구 우차오, 당국의 무자비한 철거작업으로 집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부부, 단속하던 경찰이 자신의 고환을 걷어차 불구가 됐다며 경찰서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여장매춘남 리씨, 앙심을 품은 리씨에게 경찰서 안에서 살해당한 경찰관 장강.

<제7일>에서는 수많은 소시민적 삶과 양페이의 삶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모자이크돼 그려진다. 위화는 이들의 지친 삶을 끌어안아 희망과 사랑의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일곱 번째 날, 작가가 그리는 새로운 세상의 창조를 마친다. ‘가자, 저기 나뭇잎이 너한테 손을 흔들고 바위가 미소 짓고 강물이 안부를 묻잖아. 저곳에는 가난도 없고 부유함도 없어.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원수도 없고 원망도 없어…. 저기 사람들은 전부 죽었고 평등해. …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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