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64쪽 | 1만2800원
흥얼거리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분명 글은 눈을 붙드는데 자꾸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 속엔 사계가 있고, 그 사계는 노래로 채워져 있다. 툭툭 던지는 남자의 얘기를 듣다보면 봄이 스치고, 여름이 흐르며, 가을이 사무치다 이내 애잔한 겨울을 맞는다. 추억 속 그때 그 노래들과 함께.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잡았고, 마흔셋인 지금도 기타를 잡고만 있다는 김중혁은 2000년 소설 <펭귄뉴스>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글 못잖게 음악을 사랑하고, 노을이 깔린 자유로 위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을 줄 아는 남자다. 그는 유년시절 ‘월간 팝송’을 끼고 살면서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의 계보라든가 딥 퍼플의 분파 요약 등을 달달 외웠다. 그리고 전투적으로,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책은 그런 그가 차곡차곡 쟁여놓았던 음악창고의 대방출이다. 김추자도 있고 듀란듀란도 있고 심지어 형돈이와 대준이도 있다. 안다미로, 루싸이트 토끼 같은 다소 생소한 뮤지션도 등장한다. 인디음악도 있고 대중음악도 있다. 밴드 오디션 프로를 보고 알게 됐다는 장미여관의 ‘봉숙이’라는 노래에 대한 글은 노래 속 사투리보다 더 재밌다. 책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그의 음악 편력이지만, 글쟁이답게 구수하고 재미나게 소박한 음악 밥상을 차려낸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음악으로 기억되는 무엇이 있다. 이 남자에게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는 호기로웠던 청춘이고, 김연자의 ‘10분 내로’는 어머니다.
“어머니는 노래 교실에서 배운 실력을 발휘하여 노래를 직접 불러주셨다. 10분 내로 꽃이 되겠다는(응? 이게 무슨 말이야!) 말도 안되는 가사지만, 그 서툰 표현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어머니가 여자고, 어머니가 꽃이란 거다. 혼자 두지 말라는 거다. 노래교실에 모여 ‘10분 내로’를 합창했을 수많은 어머니들을 생각해도 마음이 울컥한다. 밤에 가끔 이어폰으로 녹음해 저장해둔 어머니의 ‘10분 내로’를 듣는다. 눈물이 핑 돈다.”
작가는 자신의 글재주를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며 그녀처럼 “무심하고 서툴게 사람들 마음을 후려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곤 아직 멀었다며 겸손의 글을 덧붙였다. 하지만 책 속의 글들은 영락없이 무심하게,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음악을 들어가면서 읽게 되는 게, 나만의 그때 그 노래를 떠올리며 읽게 되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