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5년간 일관된 정책 덕분에 진전” 홍보
오바마 외교적 업적으로 남기길 바라 ‘띄워주기’
시리아 공습 국면을 넘기기 무섭게 미국 내에 갑자기 이란 핵문제 해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최근 이란 대통령 교체 후 이란 핵문제 해결 전망이 높아진 것에 대해 지난 5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 덕이라고 홍보하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외교적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바람을 읽을 수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23일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해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난 5년간 국가안보 의제의 다른 어떤 이슈보다 이(이란핵) 문제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 측면과 더불어 이란 정부 및 국제사회와의 관여라는 측면 모두에서 매우 신중하게 체계를 짰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에 동맹국인 한국, 일본, 유럽 국가들에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 및 이란 은행과의 거래 중단 압박을 가해왔다.
배석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의 이란에 대한 입장은 이란과 직접 양자대화를 하면서도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이라는 다자 협상틀을 병행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관됐다”며 “우리 접근법으로 오바마 행정부 이전만 해도 분열돼 있던 국제사회를 단합시켰다”고 말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송 인터뷰와 신문 기고 등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핵협상에 의지를 보인 뒤 나온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 제재를 푼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하에 포르도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닫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독일 슈피겔이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24일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게 돼 두 사람이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로즈 부보좌관은 유엔 총회 기간에 미·이란 정상이 만나느냐는 물음에 “현시점에 이란 대통령과 면담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원칙적으로 이(정상이 만나는) 문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이후 이란 지도자와도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해왔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한 번의 회담과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26일 P5+1 외교장관들과 함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논의한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미·이란 간 최고위급의 만남이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핵협상을 하다가 결국 핵개발까지 가버린 북한을 상기시키며 미국에 이란 핵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외교적 합의를 끌어내려면 이란이 검증 가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