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역사와 현장 속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역사와 현장 속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라

▲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엘리자베스 존슨 지음, 박총·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348쪽 | 1만6500원

책은 약자, 가난한 자 그리고 고통받는 자에게 시선을 두면서 하나님을 성찰한 신학적 탐구이다. 여성 신학자인 저자는 현대 유신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현대 유신론은 이성주의에 경도되고 신을 인격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근원은 자연과학이 득세하고 세속화하면서 기독교가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한 데 있다. 기독교는 방어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명료한 관념으로 객관화하려 애썼다. 이런 태도는 결국 기독교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을 언어나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불가해한 신성한 신비’로 정의하며 현대 유신론을 비판한다. 이를 위해 ‘살아 있는 하나님’(원제는 <Quest for the Living God>이다)이라는 신학적 명제를 도출한다. 이는 고착화, 정형화된 하나님 이미지에 반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어두운 실험실에서 원자 같은 것을 발견하듯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다”며 “그렇게 발견한 이미지는 우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하나님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신성한 신비를 베푸는 존재이다. 따라서 역동적이고 호혜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치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 흑인신학 등에 주목한다.

[책과 삶]역사와 현장 속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라

홀로코스트는 무신론보다 더 심하게 믿음을 위협한 사건이었다. ‘왜?’라는 물음 앞에 기독교는 당혹해 하며 제대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몸소 체험한 3명의 독일 신학자는 이 질문과 맞섰다. 이들은 인류의 고통을 직시하며 십자가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이 같은 종교적 분투 과정에서 탄생한 정치신학은 개인주의와 평화주의에 물들어 고통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한 기독교단에 경종을 울렸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등 돌리지 않는 게 진정한 크리스천의 자세라고 말한다.

킬링필드, 인종청소, 르완다·수단에서 벌어지는 학살극 등 인류의 고통은 끊임없다. 학대와 차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십자가는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 세워지고 있다. 살아 있는 하나님이란 역사와 현장 속에서 십자가를 재발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타 종교를 포용하자는 다원주의자이기도 하다. 크리스천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그는 진화론마저 포용한다.

전통주의자가 들으면 표정이 굳어질 내용이 적잖다. 가령 ‘하나님은 왜 여성이나 흑인이면 안되는가’라는 대목이 그렇다.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 그림의 주인공은 젊은 백인 남성인데 이는 남성 하나님의 이미지를 낳았다. 이 그림에는 인종, 계급, 성 차별이 반영돼 있다. 기독교의 통념으로 자리잡은 여성혐오와 ‘지배하는 남성 하나님’ 이미지는 우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하나님은 한없는 모성, 즉 여성의 면모도 지녔음을 역설한다. 살아 있는 하나님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심도 있는 고찰과 설득력을 갖춘 이 책은 미국 내 많은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는 등 인기를 얻었다. 그 때문일까. 2011년 미 가톨릭 주교회는 책의 일부 내용이 교리에 어긋난다는 성명서를 냈다. 사실상 금서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적잖은 신학자와 독자들이 저자를 지지하며 논쟁을 촉발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