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적정성 등 6개 항목… 100점 만점에 75점 비중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발전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평가위원들을 배제한 채 사전에 점수를 배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평가위원들은 정부가 책정한 점수를 옮겨 적는 ‘복사기’ 노릇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석탄설비 건설의향 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감점평가항목을 제외한 14개 평가항목 가운데 입지적정성 등 6개 항목을 평가위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채 미리 평가했다”고 28일 밝혔다.
정부가 사전 평가한 항목은 입지적정성(15점), 건설용이성(10점), 비용점수(15점), 지자체의회동의(10점), 주민동의(15점), 부지확보(10점) 등으로 100점 만점에 75점을 차지했다. 박완주 의원실이 입수한 심사위원 9명의 ‘석탄설비 건설의향 평가표’를 보면 6개 항목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점수가 거의 똑같았다. 예컨대 ㄱ업체에 대한 건설용이성 점수는 8명이 8.6점을 줬고 1명이 반올림한 9점을 줬다. ㄴ업체에 대한 부지확보 점수도 6명이 3.33점을 부여했고 3.4점과 3.3점, 3점이 각 1명이었다. 이는 정부가 평가한 점수를 심사위원들이 그대로 옮겨 적었음을 뜻한다.
일부 심사위원의 평가표에서는 입지적정성과 건설용이성 부문을 자체 평가했다가 정부가 제시한 점수로 뒤늦게 고쳐쓴 흔적도 발견됐다.
산업부는 일부 지표에 대한 사전 평가를 실시한 것은 맞지만 해당 항목은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에 따라 전문 프로그램에 따라 평가하는 부문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입지적정성이나 건설용이성 점수는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설비소위원회에서 기준을 정해 기술적으로 점수를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의회 점수도 관련 서류를 제출한 업체에 만점을 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0점 처리하는 단순한 배점이었다”며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항목에 대해 자체평가했고 공정하게 채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심사위원들은 평가에 참여했지만 실제로는 평가기준에 따라 배점을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감축설비구축계획, 고효율설비계획, 연료혼소계획(각 2점) 부문 점수는 사업자가 계획서만 제출하면 모두 만점을 받게 돼 있어 평가위원들이 배점을 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실제 정부가 사전 평가한 6개 항목과 서류 제출 여부로만 평가하는 3개 항목의 배점을 합하면 81점이나 돼 심사위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평가할 수 있는 부문은 이를 제외한 19점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사전에 평가한 항목 중 입지적정성과 건설용이성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송전선로 설치계획인데 송전선로가 10㎞ 이하인 업체보다 140㎞에 이르는 업체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며 “정부가 심사위원 대신 평가한 일부 항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