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도입된 A·B형 수준별 수능에 대해서는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B형은 기존의 수능 수준으로 내고, A형은 보다 쉽게 출제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겠다던 취지는 사라지고,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면서 수험생들의 혼란만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정병헌 수능출제위원장(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B형은 원래 수능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고 A형은 더 쉽게 출제한다는 약속을 최대한 지키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A·B형 문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A·B형은 어차피 모집단이 달라 지원전략만 복잡해졌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에서 수험생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아든 뒤 수성펜으로 인적사항을 기입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교육부에서 수능 문제를 분석한 대교협 파견교사들은 “A형이 객관적으로 난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계열별로 응시집단이 달라 체감 난도는 오히려 B형보다 높았을 수도 있다”며 “특히 변별력을 위해 A형이라도 몇 문제씩은 고난도의 문제를 배치했다”고 평했다.
응시집단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지원전략은 훨씬 복잡해졌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모집의 원서를 낼 때 점수와 합격 가능성 여부가 수험생들에겐 절대적으로 중요한 잣대인데, 수준별 수능으로 바뀌면서 이를 짐작하기가 훨씬 복잡해졌다.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도 “국어와 수학은 사실상 계열별이고 영어만 수준별 수능이었다. 국어 A는 객관적으론 확실히 쉬웠지만 의대생 때문에 무조건 쉽게 내지도 못하고, 수학 A도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위해 무조건 쉽게 내지도 못한다”면서 “수준별 수능은 결론적으로 무리한 제도였다”고 평했다. 오 이사는 특히 이번 수능에선 영어 A·B형 학생들이 모의평가 때와 선택과목을 달리하면서 지원전략의 혼탁이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수준에 따라 A, B형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변별력을 가르기 위해선 어차피 최고난도의 문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내년에는 가장 논란이 컸던 영어 A·B형이 폐지되고 국어와 수학도 2017학년도엔 통합형으로 돌아가면서 수준별 수능은 현장 혼란만 부른 채 사라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