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리 8번 문항… ‘사실과 다른 정답’ 제시
평가원은 ‘이상 없음’ 판정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세계지리 문항에 중대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의 총생산액 규모를 비교한 문항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유럽연합이 더 크다는 답을 발표했지만, 정부 통계에서는 2010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이 더 커져 2012년까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항 속 세계지도 하단에는 ‘(2012)’라는 표시가 들어가 있어 수험생들이 2012년 상황과 통계로 판단하도록 오도했다. 평가원은 “(2011년 제작된)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현실과 다른 오답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수능에서 세계지리 과목을 택한 수험생은 2만8000명이다.
평가원은 지난 18일 ‘문제 및 정답에 관한 이의신청’을 받은 138개 문항에 대해 외부 전문가 등의 검토 의견을 받아 모두 ‘이상 없음’으로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평가원이 낸 ‘수능 이의에 따른 설명자료’에는 문제의 세계지리 8번 문항(그림)도 포함돼 있다.
8번 문항은 세계지도에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 지역을 표시하고, <보기> 4개 중 옳은 설명만 있는 것을 고르라는 3점짜리 문제다. 평가원은 A(유럽연합)는 B(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ㄷ항을 ‘맞는’ 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2012년 국내총생산은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이 유럽연합보다 컸다. 평가원 관계자는 “천재교육과 교학사가 출판한 교과서 내용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유엔의 2011년 통계에는 유럽연합의 총생산액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2011년 만들어진 2종의 현행 교과서는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언론보도 등을 통해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 후 상황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학생들은 혼란을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2011년 유엔의 통계도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이 유럽연합보다 조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