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가원 관계자 지적
대입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제기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실과 달리 옛 통계로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직 평가원 관계자는 21일 “경향신문의 문제제기가 결코 늦지 않았다. 채점 전인 현 상황에서 출제 오류를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 홈페이지와 수험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는 평가원 측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글이 많았다. 경북의 한 고교에서 지리과목을 가르치는 ㄱ교사는 평가원 홈페이지에 “수능에는 최근 자료를 이용해 문제를 출제했다. 그런데 (세계지리 8번만) 교과서 자료만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썼다. ㄱ교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작은 오류라도 오류이고 오류는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아버지라고 밝힌 ㄴ씨는 “문제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소재를 (평가원이) 걱정하겠지만, 성인에 이르는 첫 관문에 있는 수험생에게 옳고 그른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ㄷ씨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용기를 보여 달라”고 썼다.
오류가 있지만, 일선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안대로 채점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 카페에 “복수 정답으로 처리하면 백분위 표점이 내려가고, 45점 맞은 내 등급 컷도 내려간다”며 걱정의 글을 남겼다.
현행 지리교과서 2종 중 한 교과서를 집필한 ㄹ교사는 “해당 문항은 자료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하는 통계지도가 아닌 단순 분포도이기 때문에, 2012라는 숫자가 회원국의 숫자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항에 대해 검토과정에서 보완을 거치거나 출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직 평가원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문제제기가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수능 물리문항의 오류를 바로잡았던 것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오류 문항은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정시모집 지원 직전인 12월 말에 문제제기가 됐지만, 사흘간 중복답안을 인정하는 것으로 성적을 고친 뒤 평가원장이 사임하면서 사태가 종료됐다.
그는 “그때에 비하면 현재 상황은 굉장히 빠른 편”이라며 “이의제기 시스템 내에서 처리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