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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아씨·새엄마’는 드라마일 뿐 아니라 국가에 동원된 이데올로기

입력 2013.11.22 20:11

수정 2013.11.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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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와 경계…고선희 외 | 컬처룩 | 408쪽 | 3만5000원

한국에서 TV 드라마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는 1960~1970년대이다. 1970년 TBC에서 방영한 <아씨>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형 멜로드라마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뒤이어 전파를 탄 <여로>(KBS), <새엄마>(MBC)는 드라마 시대를 꽃피웠다. 이 드라마들은 “신파도 이쯤 되면 예술”이라는 곱잖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냈다. 드라마에 ‘퇴폐·저질’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책과 삶]‘여로·아씨·새엄마’는 드라마일 뿐 아니라 국가에 동원된 이데올로기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세 드라마의 열풍 속에서 ‘민족주의’라는 시대적 상징을 읽어낸다. 반공주의가 국시이던 당시 민족주의란 것은 국가가 주도해 만든 가공의 의식이자 체제 유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동원된 이데올로기다. 드라마 속 특정 인물 유형이 국가 이미지나 민족주의를 은연중 퍼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1970년대 한국 멜로드라마가 그랬다. 시청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가부장적 질서, 인고의 여인상 등을 접하면서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드라마 시청은 집단적 공유 행위가 된 것이다. 동일한 경험의 공유는 민족주의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매일 저녁 7시면 온 국민을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만든 현상도 민족주의를 공고화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정치권력은 이를 잘 활용했다. 유신시대 박정희 정부가 발표한 ‘시간대 편성지침’과 방송국에 강요한 ‘민족사관 정립극’이 그 예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드라마는 하나의 오락거리이기도 하지만 민족의식과 같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드라마가 왕과 대통령을 정치적 인물로 다루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이다. 1983년 첫 테이프를 끊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와 1981년 방영된 <제1공화국>에 와서야 왕과 대통령이 제대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드라마에 정치적 소재는 기피 대상이었다. 이는 당시 억압적 정권이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자 드라마에 정치적 소재가 등장했지만 이마저 제한적이었다. 1980년대 왕과 대통령을 등장시킨 드라마는 정치사보다 개인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름에 걸맞은 정치드라마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등장했다. <모래시계> <용의 눈물>이 본격 정치드라마의 대표작이다. 이영미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드라마 속에서 왕과 대통령이 암살되거나 몰락할까봐 떠는 불안한 존재로 그려지는 까닭도 한국 역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흥행 제조기 김수현 작가의 1970년대 드라마도 시대의 거울이다. 고선희 서울예술대 극작과 교수는 1970년대 김수현 드라마 속 여성은 근대화의 피해자이거나 근대화의 모순을 재현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는 유신시대의 억압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1960~1970년대 한국 드라마가 국가, 민족, 윤리, 이데올로기 등을 어떻게 재현하고 자극했는지 탐구한다. 방송 분야 전문가 8명의 글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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