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급 농축만 차단… 한·미원자력 협상과도 차별적
미국 등 6개 주요 국가들이 이란과 1차적으로 타결한 핵 협상은 이란이 3.5%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권리를 부인하지 않는 대신 무기급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 백악관이 23일 밤(현지시간) 배포한 협상 결과 자료를 보면 이란은 이번 합의로 5% 이상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이미 만든 20% 농축 우라늄 재고를 저농축으로 전환하거나 산화해 무기급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핵무기 제조를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이라는 핵물질이 필요하다. 천연우라늄은 동위원소 U235(0.71%)와 U238(99.28%)로 구성돼 있는데, 원심분리기 농축을 통해 U235의 비율을 높여야 핵연료 또는 핵폭탄으로 쓸 수 있다. 핵발전을 위해서는 농축률 5%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이면 충분하지만 농축률이 70% 이상이어야 핵무기가 될 수 있다. 이란은 현재 20%의 중농축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과 국제사회로서는 이란의 임박한 핵무기 생산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으로부터 5% 이상 농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절실했고, 이번 협상은 정확하게 그 수준에서 타결됐다. 대신 이란이 3.5%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문제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것은 핵발전 연료로 쓰일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막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란은 핵 협상에 임하며 대전제로 지금까지 막대한 돈을 투자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무위로 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6개월 동안 유효한 잠정합의이지, 포괄적 합의의 최종지점(end state)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핵확산방지조약(NPT)하에서 ‘농축할 권리’를 갖는 나라로 인정해달라는 이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미국 관리들은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하는” 타협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미 의회 내 비확산론자들은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매키언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손대지 않은 어떤 합의에 대해서도 깊이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계에 보여줬다”며 “미국은 북한이 세상을 바보로 만든 1994년 합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나는 이번 합의도 별로 다르게 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 정부도 이론적으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외국과 새로 체결하는 원자력협정의 협정문에서 핵무기 비확산의 관점에서 해당국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을 담으려 하고 있다.
미국 등은 이란이 취할 조치의 대가로 동결돼 있는 이란산 원유구매 대금 45억달러를 포함해 60억~70억달러의 해외자산을 이란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백악관은 제재 해제는 전체 제재의 극히 일부일 뿐이며, 그마저도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비확산담당 보좌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는 “우리는 6개월 이후 또 다른 절반의 전진을 보게 될 것이며, 추가로 6개월이라는 협상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핵무기 개발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 무한히 이어지는 부분적 합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