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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좋게 맞혔지만, 사회 출발선부터 불이익 있으면 안돼”

입력 2013.11.24 23:02

집단소송 ‘응원부대’ 자청한 한덕인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세계지리 과목을 치른 한덕인군(18)은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인 8번 문항을 맞혔다. 그는 수도권의 한 특목고에서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이다. 한군은 그러나 수험생들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소식을 듣고 합류할 뜻을 밝혔다. “내게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송을 이끄는 박대훈 전 EBS 강사에게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을 맞힌 학교 친구들과 함께 ‘8번 문제 맞았지만, 소송 응원합니다! 힘내세요!’라는 응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ㄷ항부터 읽었다면 저도 많이 헷갈렸을 거예요.”

한군은 세계지리 시험 땐 ‘확실히 틀린 보기 두 개(ㄴ, ㄹ)’를 지워 정답을 맞혔다고 했다.

“수능은 시간 싸움이니까요. 당시엔 급해서 보기 ㄷ항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저도 NAFTA 관련 최신 상식을 모르던 게 아니니까, 만약 ㄷ항을 먼저 읽었더라면 저도 (정답이 없다고 보고) 틀렸을 수도 있겠죠.” 지금도 세계지리를 풀면서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한군은 수능이 끝나고 며칠 뒤 인터넷에서 8번 문항의 오류를 조목조목 분석한 글을 보고 문제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의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18일, 20일에 내놓은 해명자료에서도 풀리지 않았다. 한군은 “상식 수준에서 납득하기 힘든 말들뿐이라 당황했다. 해명이 전혀 되지 않았다”며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아 중요해지고 있는 세계지리 과목에서 급변하는 현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교과서만 고집해 문제와 답을 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오류가 인정되면 본인에게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한군은 “잘못된 걸 바로잡아 내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건, 곧 현재는 (8번 문제를 억울하게 틀린) 다른 학생들이 원래 받아야 할 이익을 못 받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말했다. 혹시 사회탐구 문제 하나가 자신이 지망하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 입학에 변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덤덤하다”고 말했다.

한군은 본래 세계지리 8번 문제를 맞은 학생들과 함께 소송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가 일단 ‘응원부대’로 남기로 했다. 소송 준비 학생들로부터 문제를 맞혀서 원고로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군은 “이 문제는 피해자가 따로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세계지리 과목에 있어서도, 나중에 수능을 볼 후배들에게 있어서도 큰 손해가 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수능이 사회 생활의 시작인데, 출발선부터 잘못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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