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잘못 일부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입장 고수
평가원 “심사위 안 열어” 하루 만에 “서면 개최” 말 바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이의신청 과정에서 제기된 오류 논란이 커지고 소송 사태까지 불러왔지만, 교육당국은 귀막고 덮고 가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지난 20일 문제가 제기된 후 수험생·전문가들의 오류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명확한 설명이나 추가 조치 없이 27일 성적표 배부를 강행할 예정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육부-평가원-학회는 수험생들의 타는 속에는 아랑곳없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비교육적인 교육당국’이라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평가원은 25일 외부 학회의 자문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경향신문 11월25일자 1·6면 보도)에 대해 “(이번 사안을) 중대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재심 절차는 서면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올 3월 수능 출제방향을 밝히며 “교과서 밖 출제”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나, 올해 수능에서 지리 문항 10개 중 나머지 9개 문제는 제시된 기준연도로 문제를 풀도록 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은 설명자료에 빠졌다.
평가원과 학회 관계자, 수능 관리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교육부의 태도는 줄곧 똑같다. 시간을 끌며 파장이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구체적 지적이나 질문에는 “저쪽에 물어보라”며 입을 닫는 모습이다.
평가원은 지난 20일 첫 번째 설명자료에서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외부 학회 2곳의 자문을 거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가원의 외부 자문을 맡은 한국경제지리학회 주성재 회장은 구체적인 자문 방식과 날짜 등에 대해선 “평가원 측에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은 평가원 소관”이라며 한발 뒤로 빠져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라는 분위기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책임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현재로서는 평가원에서 하는 논리대로 갈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아주 잘 낸 문제는 아니다. 2012를 표시한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이번 사태가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항 자체의 오류를 넘어 교육당국의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공분을 일으키고 교육당국과 입시행정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호열 서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교과서와 다른 사실로 논란이 될 만한 문제를 출제한 것은 잘못”이라며 “지도에 출전과 연도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은 것도 명백한 출제 오류”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평가원의 외부 자문 절차에 대해서도 “서너 명에게 전화하고 학회 의견이라고 전달한 것은 요식행위”라며 “지리학계 전체의 교수는 150명 정도로 많지 않아 이들이 수능 출제, 검토, 각종 자문위원회 활동으로 평가원과 얽혀 있는 상태에서는 쓴소리를 하기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