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청 경시, 출제오류 부정… 성적 발표 강행 뜻
박대훈 전 EBS 강사 “개별 성적 통지된 이후 소송”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이의신청이 제기된 후 사전 자문이나 재심 절차 없이 ‘이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경향신문 11월25일자 1·6면 보도)에 대해 ‘사전 자문이나 재심을 거칠 만한 중대사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항 세계지도 하단의 ‘(2012)’ 표시대로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면 ‘정답 없음’ 처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시·외면했다는 뜻이다. 이 문항은 3점짜리로 정·오답 처리에 따라 수만명의 수능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임에도 평가원은 외부전문가 자문이나 재심 없이 결정을 낸 셈이다.
평가원은 25일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졸속심사 지적에 대해 “학회 자문요청은 이의신청된 모든 문항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고 의뢰시점도 이의심사실무위원회(실무위) 이전이나 이후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능 당일인 11월7일부터 이의신청을 접수한 후 11월13일 실무위를 열기까지 외부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원은 ‘2014년 수능시행 기본계획’에서 이의신청 심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중대사안은 이의신청 접수 단계에서부터 학회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도록 심사절차를 변경한 바 있다.
평가원의 박진동 수능출제연구실장은 “이의신청 단계에서 평가원 연구원들이 중대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사전자문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은 재심 절차인 이의신청심사위를 열지 않은 의혹에 대해서도 “이의심사실무위에서 중대사안 없음이라고 결정할 경우 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어 서면심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평가원이 이 문항의 이의신청을 중대사안이 아니라고 먼저 결정하고 외부자문이나 재심 절차를 임의로 포기한 것이다.
박 실장은 올해 3월 평가원이 책자를 통해 ‘교과서 밖의 시사흐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준비하라’고 출제방향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특별한 얘기는 아니고 매년 수능을 앞두고 하는 얘기”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평가원이 수험생들의 행정소송 등 집단반발 움직임에도 출제 오류를 부정하고 26일 성적결과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입시일정은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최초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박대훈 전 EBS강사는 “수험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성적통지가 이뤄지는 수요일(27일) 오후쯤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