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진 교차검토 과정서 제기
평가원, 오류 정정 않고 강행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과 관련해 출제 후 ‘교차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통계의 정확성 여부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세계지리 출제팀이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차검토는 사회탐구 연관 과목의 출제진 등이 함께 모여 문항의 일반적 오류를 확인하는 절차로 지난 10월 3차례 열렸다. 수능 당국의 출제 오류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능에서 교차검토 위원으로 참석했던 ㄱ씨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능을 한 달 앞두고 10월에 열린 교차검토 과정에서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지적이 나왔었다”며 “ ‘(문항 세계지도 하단의) 2012년 통계가 교과서에 나오는 통계냐’는 것과 ‘EU(유럽연합)를 국제기구로 표현한 것이 맞느냐’는 등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출제자들이 ‘교과서에 있는 부분’이라고 답하길래 ‘교과서에 나온 부분이 맞느냐. 이 부분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냐’고 물었으나 EU를 ‘국제기구’라고 표현한 부분만 ‘지역경제협력체’로 수정하고, 2012년 표시는 수정 없이 검토 과정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수능을 치르기 전에 출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평가원 스스로 놓친 것이다.
ㄱ씨의 증언은 EU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평가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됨을 보여준다. 평가원 측은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이 문항에 대한 출제 오류를 지적한 뒤 줄곧 지도 하단에 표시된 ‘(2012)’는 EU와 NAFTA 회원국의 기준 시점을 나타낸 것이고, 출제 의도는 특정 연도가 아닌 전반적인 총생산액 추세를 묻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평가원이 EU의 총생산액이 더 높다고 정답 처리 기준을 정한 것과 달리 2010년부터 3년 연속 NAFTA의 총생산액이 EU를 앞섰다.
ㄱ씨는 “출제는 교수와 교사들이 하지만, 이 문항들을 1차로 검토하는 분들은 현직 교사”라며 “일반적으로 현직 교사는 교수들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수 등이 낸 문제나 설명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팀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누가 출제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ㄱ씨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오류임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교과서에 나왔다고 해도 실제 현실과 다르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