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문항 출제오류 파문이 ‘단순 실수’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조직적인 축소·은폐 의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평가원의 해명과 달리 이미 출제과정에서 검토위원의 문제제기(경향신문 11월28일자 1면 보도)가 있었고 이의신청을 제기한 교사를 상대로 출제관계자가 파문을 줄이기 위한 시도(경향신문 11월28일자 6면 보도)도 드러났다. 출제과정은 물론 이의신청처리절차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성 원장이 출제팀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본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축소·은폐를 지시하거나 방조했는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수능을 마치자마자 이의신청 게시판에 출제과정에서 지적했던 통계의 정확성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성 원장이 이를 ‘중대사안’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황상 이때부터 평가원 측과 출제자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태에서 분주히 움직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이의신청 접수가 끝난 뒤 13일 열린 세계지리 분야의 이의심사실무위원회(실무위)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사회탐구 영역의 한 검토위원은 “실무위가 열린 날 사회탐구 영역 중 법과정치, 사회문화, 경제분야 실무위는 회의가 일찍 마무리돼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세계지리 쪽은 오후 9시10분 가까이 되도록 논의가 계속됐고 결국 식사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무위에서 정답처리 방향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거듭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평가원이 실무위원 17명 중 마지막까지 ‘정답 이상 없음’ 판정에 반대했던 1명을 설득해 만장일치 결론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세계지리 출제오류에 ‘면죄부’를 부여한 관련학회의 의견서 제출 경위도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퀵서비스’ 배달하듯 자문의뢰를 받자마자 답변서를 메일로 보냈고 대한지리·환경교육학회는 정식회의가 아닌 4명의 회원과 전화 통화로 의견을 모았다. 중대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이의심사위원회(재심)를 서면심사로 대체했다는 평가원 주장도 믿기 어렵다. 이래저래 평가원과 출제자, 관련학회를 둘러싼 석연찮은 행적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