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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검토위원 지낸 교사·교수들 “평가원 대응 실망, 지리 기피 걱정”

입력 2013.12.01 21:36

대학수학능력시험 역대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지리 교사와 교수들은 올해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대체로 “출제 오류”라는 시각을 분명히 했다. 시스템적 오류냐, 인간적 오류냐로 갈렸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응은 실망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수능시험은 교수·교사진으로 꾸려진 출제팀이 문항을 출제하고, 여러차례 현직 교사들과 다른 과목의 출제진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의 적합성과 자료의 출처 적합성 여부, 기출 문제와의 중복 여부 등을 따진 뒤 문제가 발견된 문항은 탈락하거나 교체된다.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서울의 한 고교 ㄱ교사는 “출제 이후 여러 각도로 문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번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관성적으로 검증과정이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시스템의 문제인지, 인간적인 실수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지도에) 2012라는 숫자가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기준으로 한다는 (평가원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교의 ㄴ교사는 “수많은 문항 재선별 과정을 거치다 막바지에 (출제·검토진의)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세계지리 과목은 선택하는 학생이 적어 집중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ㄷ교사는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난 실수로 본다”며 검증시스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봤다. 그는 “출제·검토 위원들은 문항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두고 보는데, 흔히 ‘오염이 된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반복해서 문항을 보다 보면 이 의구심에 한계가 생긴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말이지만, 출제·검토진에게 이런 고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강원도 한 대학의 지리교육과 ㄹ교수는 “문항 출제 이후 밤을 새워 토론하고, 외부 교사들이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못 잡은 ‘해프닝’ ”이라며 “그러나 누구 하나 오류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의 지리교육과 ㅁ교수는 “지리학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너무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논란 있는 과목이라고 학생들이 과목 선택을 기피할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그럴수록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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