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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허무주의자, 그래서 어려운 철학자 박이문의 삶과 사상

입력 2013.12.06 19:13

수정 2013.12.0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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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정수복 지음 | 알마 | 346쪽 | 1만9500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철학적 사유 원동력으로 회의주의를 꼽았는데 철학자 박이문에게 이 원동력은 허무주의가 아닐까 싶다.

[책과 삶]행복한 허무주의자, 그래서 어려운 철학자 박이문의 삶과 사상

박이문의 허무주의는 인간과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드는 힘 같은 것이다. 그는 31세에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선박 화물칸을 타고 홀연히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30년 동안 외국에 머물며 지적 사유에만 전념했다. 1991년 귀국 후 여든이 넘은 오늘날까지 그의 지적 사유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허무주의는 유년기 체험에서 시작됐다. 1930년생 박이문은 몸이 허약했고 사색에 빠지는 것을 좋아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은 그에게 일대 충격을 안겼다. 그는 좌익·우익 다툼, 비참한 죽음들, 가난 등을 목격하며 ‘인생의 궁극적 이유’ 따위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깊은 나락에 빠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만난 니체와 사르트르는 구원의 동아줄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비관론자는 아니다. 그는 삶을 긍정한다. 다만 각자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순 있지만 인생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말할 뿐이다. 궁극의 이유를 찾아 쉼없이 나아가는 허무주의자, 그는 그래서 자칭 ‘행복한 허무주의자’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를 거부한다. 또 서구중심주의자도 아니고 결코 민족주의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는 권력층을 비판하지도, 약자를 위해 목청을 높이지도 않는다. 좌·우파라는 말로 그를 분류할 수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자유주의자이다. 그는 평등보다 개인의 자유를 더 선호하고 일체의 통제를 싫어한다. 그가 북한 체제를 혐오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박이문은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고 그들에게는 그들의 길이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문(異汶)이라는 필명에도 자유주의자의 면모가 묻어 있다. 원래 ‘남과 다른 독창적인 학문’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異文’으로 지었다가 주변 사람의 권유로 文 자에 삼수변을 넣었다고 한다.

필명은 그의 학문적 발심이자 그의 학문적 성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그가 정치 현실,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철학자로 평가받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이문은 현실의 문제보다 자신에게 더 근본적인 것은 지적 문제라고 대답한다.

박이문은 원래 불문학도였다. 서울대 불문학과 석사학위 논문 1호의 주인공이 그이다. 시집만 7권을 냈다. 지금은 노자, 장자 사상에 매료돼 있다는 이 노학자는 단독 저서만 100권에 육박할 정도로 생산력이 왕성하다. 수필, 칼럼, 기행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철학이라는 그물망의 그물코로 빠지는 것들을 수필이나 칼럼으로 썼다”고 말한다. 수많은 저작들은 그가 자신의 인생을 압축해 표현한 ‘지적 삶’의 증거이다.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는 ‘어려운 철학자’ 박이문의 삶과 사상을 먹기 좋게 요리해놓았다. 사회학자 정수복은 박이문과의 인터뷰 내용과 글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며 그의 철학 세계를 짚어준다. 평전으로 분류해도 손색없다. 정수복은 우리 시대 중요한 사상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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