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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은 사실을 가르치는 것… 8번 문항은 무효처리 하는 게 맞다”

입력 2013.12.09 21:33

2008학년도 수능 물리 출제 오류 지적 김정구 교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에 대해 수험생 50여명이 낸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10일 진행된다.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출제 혼란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지난달 27일 성적표를 지급해 피해구제 소송의 짐은 수험생 각자에게 지워져 있다.

2008학년도 수능 물리II 11번 문항에서도 비슷한 출제 오류 논란이 제기됐지만 당시엔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은 한국물리학회였다. 2007년 12월22일 한국물리학회가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자 평가원은 이틀 후 입시전형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성적 재산정에 들어갔다. 평가원장은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성명 발표에 주된 역할을 한 김정구 서울대 천문·물리학과 교수(전 한국물리학회장·사진)는 “우리가 교육을 하는 목적은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공부를 더해 틀리는 학생이 생기는 것은 학문 발전에도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한 실수를 평가원이 잘못해 키운 것이며, 이 문제는 무효처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육의 목적은 사실을 가르치는 것… 8번 문항은 무효처리 하는 게 맞다”

-2007년 한국물리학회가 성명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뭔가.

“수능 물리II 시험을 봤던 학생이 ‘11번 문제의 답이 ②가 맞는 것 같은데, 학회에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해 왔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학회 내 교육위원회를 소집했고, 2~3일 동안 해당 문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친 후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학회 차원의 입장을 결정했다.”

-논란의 핵심은 뭐였나.

“보기 지문에 ‘단원자’라는 조건을 달지 않은 것이었다. ‘단원자’ 이상기체라는 전제가 없다면 물리학적으로 봤을 때 학생이 선택한 답 ②도 맞았다. 당시 평가원 측은 ‘이원자 이상 이상기체에 대한 설명은 고교 교과서 내용을 벗어난 것이므로 ④번 외의 답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세계지리 문제도 교과서 밖의 시사 지식을 ‘더 많이 공부한 학생’이 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과서 내용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사실’을 정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교과서에 있기 때문에 틀린 게 맞다’는 것은 형식론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교육을 하는 목적은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틀렸다고 한다고 해서 틀리게 된다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처사다.”

-학술단체가 입시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

“평가원이 틀린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뻔히 알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공부한 학생’이 틀리는 것은 학문 전체에 있어서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가원에 하고 싶은 말은.

“평가원은 해당 내용이 교과서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하고 다른 것 같다면 출제를 안 했어야 한다. 책임은 평가원에 있다. 평가원에선 확인·검증을 자체 내에서 하지 말고 관련 기관, 다른 교육기관에 투명하게 자문을 해서 학생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2007년과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다. 문제제기가 됐을 때 빨리 고쳐야지, 문제를 숨기기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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