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실망…허탈”
‘세계지리 8번 문항’이 틀리지 않았다는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법정에 나왔던 수험생 민모양(18)은 “재판정엔 사람이 가득 차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며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나자 그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기대를 갖고 법정에 왔던 사람들의 실망을 그는 “법정은 고요했다”로 표현했다.
지난 10일 1차 변론기일 때 눈물로 호소해 정시 대학입시 시작일(19일) 전으로 최종 판결을 두 번이나 앞당긴 학부모 김모씨(44)는 “1·2차 변론기일 때 평가원 측 변호인들이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긴 것이라 생각해 오늘 최종 판결은 방청하지도 않았다”며 “평가원 쪽 변호사 6명 중 5명이 부장판사 출신이던데, 학생들을 상대로 평가원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라고 물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고3 딸을 둔 학부모 남궁모씨(44)는 “진실과 정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평가원과 재판부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했던 신모양(18)은 “판결 내용을 듣자마자 놀랍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판사가 최종 판결에서 인정한 평가원 측의 ‘명백히 틀린 선지를 지우면 정답을 고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문제를 풀지 말고 찍으라는 건데, 평가원 측은 문제를 잘못 낸 데에 대해선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신양은 세계지리 8번을 틀리는 바람에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우선선발 최저등급(국·영·수·탐 중 3개 등급 합이 4 이내)을 아슬아슬하게 놓쳐 현재 정시 입시를 준비 중이다.
민양은 “판결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끝까지 납득이 안 간다”며 말을 흐렸다. “앞으로는 교육 목적에 부합하게 현실에 맞는 문제를 내서 피해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생에 한 번 있는 시험인데….” 끝내 그의 목소리가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