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판결 이유를 보니
법원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출제오류가 아니라고 판결한 이유는 “교과서를 충실하게 공부한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라면 정답을 택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세계지도상에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을 표시한 뒤 양측의 경제상황 등을 설명한 ㄱ~ㄹ까지의 보기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문제가 된 보기는 ㄷ으로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고 설명돼 있다.
평가원은 이를 옳은 설명으로 보고 정답을 ‘②ㄱ, ㄷ’으로 했다. 그러나 지도상에 표시된 ‘2012’년에는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이 많아 출제오류 논란이 일었다.
교과서에는 연도가 2009년으로 표시돼 있고, 이때는 보기 ㄷ의 상황이 맞다.
재판부는 보기 중 ‘ㄱ(NAFTA가 등장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가 급증했다)’은 명백하게 옳고, ‘ㄴ(EU와 NAFTA 모두 역외 공동 관세를 부과한다)’과 ‘ㄹ(NAFTA는 EU보다 총무역액 중 역내 교역 비중이 크다)’은 명백하게 틀려 ‘소거법(틀린 답을 없앤 나머지가 답이 되는 개념)’에 따라 ‘ㄴ’과 ‘ㄹ’이 하나만이라도 포함된 답을 제거하면 ②번을 답으로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과서를 충실하게 공부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기존 교과서 내용과 달리) 2012년에 NAFTA가 EU보다 총생산량이 많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 원고들이 제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자료(NAFTA가 EU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2012년 자료)는 평균 수준의 수험생들이 쉽게 알기 어려운 점,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신문, 방송 등을 통해 EU와 NAFTA의 2012년 총생산량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4학년도 수능시험을 대비한 모의평가와 2014학년도 수능시험 연계대상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교재인 ‘수능완성’에도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어 충실하게 공부한 평균 수준의 수험생은 ②번을 정답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만약 (세계지리 8번 문항을 오답처리하면) 수험생은 앞으로 교과서에 나온 기준연도 이후에 객관적인 통계수치가 변경됐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수험생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은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는 수능시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