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수능 출제 오류 덮기
“옳은 것을 옳다고 해야 한다
정시 영향 없지만 항소할 것”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16일 패소한 수험생들이 대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혀 출제 오류 사태와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답이 사실과 다른 문항을 내놓고 당장 피해구제는 문제를 틀린 수험생 각자가 하도록 하는 게 비교육적이라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행정소송에 참여했던 수험생 이모군은 16일 패소 판결에 대해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정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항소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10명 정도의 학생들과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출제 오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이 16일 서울행정법원의 패소 판결 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고비였던 행정법원의 판결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조차 “문제풀이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었다는 점에 진정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던 출제 오류 논란은 일단 묻히게 됐다. 교육당국이 원했던 대로 대입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될지 모르지만 교육당국과 입시행정에 대한 신뢰엔 큰 오점과 부담을 남기게 된 것이다.
실제 팽팽한 논란 속에서 교육당국도 승소와 패소의 경우를 모두 대비해 성적을 재산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의 대상이 된 세계지리 8번 문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것으로, 수능시험 채점 결과 NAFTA보다 EU의 총생산액이 크다는 보기가 정답처리됐다. 평가원은 교과서 내용을 근거로 정답처리를 했지만 최근 통계청이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통계는 2010년부터 NAFTA가 역전해 격차를 벌리고 있어 논란이 됐다. 평가원은 교과서에 나온 2009년 통계를 기준으로 출제했다고 했지만, 세계지도의 하단에 ‘(2012)’라고 연도를 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출제 의도를 착각하게 했다. 교과서의 답이 현실과 다른데도 교과서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었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지난달 26일 “해당 문항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2010학년도 지구과학 문제는 복수정답 처리를 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번의 경우 (출제 오류를 인정하면) 모두 정답처리를 해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답을 맞힌 학생에게 불공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했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법이 어려워 문제를 덮고 가겠다는 속내를 내보였던 셈이다. 성 원장은 “틀린 답안을 지워가면 답을 충분히 맞힐 수 있다”며 “이 문제에 이의가 있었다면 정답이 없다는 대답을 해야 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법원이 평가원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교과서의 ‘죽은 지식’을 기준으로 한 판결이 내려지면서 “최근 자료를 참고해 다양한 문제를 공부하도록 한다”는 수능 사회탐구 출제 방향, 학습 방법도 사문화될 상황이다.